체력·지성·섹스…뭐든 조상님에 뒤지는 현대 남성

남성 퇴화 보고서
피터 매캘리스터 지음
이은정 옮김, 21세기북스
328쪽, 1만5000원

이 글을 읽는 남성은 인류 역사상 가장 찌질한 세대의 남자다. 불쾌해 할 일은 아니다. 호주의 고고학자·고인류학자인 지은이의 말이다. 그는 진화심리학 등의 연구결과와 동서양의 여러 사례를 들며 체력, 말재주, 미모, 성적 능력 등 8개 분야에서 현대인과 우리 조상들 사이의 능력 차이를 찬찬히 보여준다. 무엇보다 기가 질린다.

 일례로 2004년 세계팔씨름연맹 챔피언인 알렉세이 보에보다가 35만년 전부터 유럽 일대에서 생활하던 네안데르탈인 여성과 팔씨름을 하면 진단다. 이두근 둘레가 55㎝나 되는 이 러시아 출신 장사는 근육단면적(CSA) 1㎠당 내는 힘을 바탕으로 한 가상대결에서 완패했다.

 힘을 쓰는 것이야 그렇다 쳐도 운동능력은 어떨까. 1987년 일본 궁도 5단의 아시기와 유이치는 120m 떨어진 과녁을 향해 쏘는 전통 활쏘기 대회를 재현했는데 100번 중 9번 적중시켰다. 한데 1830년 열다섯의 코쿠라 기시치는 100번 쏴서 94번 맞췄다는 기록이 있다.

 현대 남성의 왜소함은 몸 쓰는 데서만 그치지 않는다. 지은이는 2200만 장이 넘는 앨범 판매고를 기록한 래퍼 ‘50센트’와 고대 그리스 음유시인 호머를 비교한다. ‘50센트’가 작곡한 대사는 모두 6000줄, 『일리야드』는 1만5603행이다. 즉석 작사능력은 래퍼가 더 뛰어나다고? 슬라브 족의 구술시인 구슬라르 중 한 사람은 2294행의 노래를 한 번 듣고서 자유자재로 곡을 바꿔 6313행으로 불렀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한다.

 성적 능력은 어떨까. 미국 프로농구 선수 윌트 체임벌린은 열흘 동안 스물세 명의 여자와 동침하는 등 평생 2만 명의 여자와 잠자리를 했다고 한다. 이건 약과다. 몽골 제국을 세운 칭기즈칸은 7000명의 처첩을 거느렸는데 현대 남성 1600만 명이 칭기즈칸의 Y염색체를 가지고 있다는 논문도 있으니 말이다.

 지은이는 남성 왜소화의 원인으로 문화와 개체발생, 유전을 꼽는다. 그리고 현대 남성이 육체적으로 떨어진다는 사실은 푸에고 섬 원주민의 시력에 감탄한 찰스 다윈이 처음 주목했다고 한다. 어째 남성성을 ‘힘’에서만 찾는지 억울하면서도 흥미진진한 ‘남류학’(男類學·manthropology) 임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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