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심리학 스티븐 브라이어스 지음, 구계원 옮김 동양북스 펴냄(2014)

김명남의 과학책 산책

엉터리 심리학
스티븐 브라이어스 지음, 구계원 옮김
동양북스 펴냄(2014)

“인생을 바꾸고 싶은 독자라면 꼭 읽어라!” 책 표지에 적힌 문구다. 인터넷 서점 아마존의 독자 서평이라고 한다. 찾아보니 정말 그런 말이 있지만,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은 인생을 바꾸겠다는 독자들에게 헛꿈을 버리라고 질정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대신 역시 독자 서평에서 내 추천의 말을 대신하고 싶은 글을 찾았다. “아마존은 새로 알고리즘을 짜서 자기계발 책을 구입하는 모든 독자에게 이 책을 추천하세요!”

적어도 세속주의자들의 세상에서, 심리학이 종교를 대신한 지 꽤 되었다. 사람들은 연애, 육아, 취직, 사별, 스트레스 등 온갖 어려움에 대해 심리학에게 조언을 구한다. 더구나 실험심리학의 성과를 바탕에 깐 요즘 심리학은 제법 엄밀한 과학으로 보여, 편하게 믿고픈 사람들의 마음을 정말 편하게 해준다.

그러나 심리학을 끌어들인 자기계발 조언을 경계하는 전문가도 많다. 을 쓴 저자가 그런 예. 현재 임상심리학자로 일하며 자신도 자기계발서를 썼던 전력이 있는 그가 왜 ‘내부고발자’로 나섰을까. 과학적으로 잘못되었거나 기껏해야 아직 모호한 사실 한두 개를 그럴싸하게 부풀리는 심리학팔이 장사꾼, 완벽한 행복과 안정을 추구한 나머지 심리치료와 자기계발에 끝없이 탐닉함으로써 자신을 망치는 구매자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저자는 대표적인 18가지 심리학 ‘상식’을 열거하며 하나하나 격파한다. 물론 합리적인 근거를 들면서다. 그러나 그동안 홍수처럼 쏟아진, 게다가 서로 모순되기 일쑤인 심리치료 담론에 은근히 피곤했던 나는 근거고 뭐고 저자가 솔직하게 투덜거린 대목에서 박장대소했다. 이를테면 이런 말. “수동적이고 변화를 꺼리는 사람들이 동정을 얻기 위해 ‘자존감이 낮아 고통받는다’고 핑계를 댄다.” “자기주장[을 제대로 펼쳐야 행복하다는] 이론이 효과가 없다는 게 아니라, 상호 존중을 구축하는 것이 주요 목표인 것처럼 가식적으로 행동하진 말자는 것이다.” 최고는 이것. “고백할 것이 있는데, 사람들이 제 내면에 있는 아이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나는 그냥 터져 나오는 웃음을 어찌할 수가 없다.” 자존감, 긍정 마인드, 대화 만능주의, 내면의 힘 믿기, 심리적 콤플렉스는 전부 부모 탓이라는 생각 등등 유행하는 위안의 도구들이 하나하나 기각된다. 그렇다고 해서 센세이셔널한 효과를 노리고 ‘네가 아는 심리학은 다 틀렸다’고 말하는 책은 결코 아니다. 저자는 신중하고 겸손하다. 다만 인간이 얼마나 복잡한데 다섯 가지 유형으로 분류되고 열 단계 지침으로 변화되겠는가 하고 말할 뿐이다. 자아에 지나치게 골몰하다 보면 오히려 자아가 더 불안정해진다. 다이어트에 지나치게 골몰하면 오히려 폭식하기 쉬운 것과 마찬가지다. 병원에서 병을 얻는 ‘의원병’을 심리학에서도 얻을 수 있다.

게다가 현재 심리치료는 확실한 품질 관리도, 의료 과실에 대한 제재도 없다. 그러면 어쩌란 건가. 고정된 자아를 찾으려 들지 말고, 자아를 계속 향상시켜야 한다는 강박을 품지 말고, 자기 마음만 다스리면 인생이 통제 가능할 것이라는 환상을 버리라고 한다. 역시 최근에 나온 독일 저자의 책 도 결론이 같다. 자기계발에서 벗어나라는 조언도 자기계발적 조언이 아닌가 싶겠지만, 은 책 몇 권 읽고 얼치기 심리학자가 된 듯 굴기 쉬운 우리에게 진정한 해방감을 안겨줄 책이니 적극 권한다.

김명남 과학책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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