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옵션 대박의 추억

사람들은 종종 마음만 먹으면 원하는 것을 얻고 하고자 하는 일을 쉽게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처럼 자신의 능력과 경험에 비춰 외부 환경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다고 믿는 현상을 심리학에서 ‘통제의 환상(Illusion Control)’이라고 한다.

복권을 사는 것도 같은 심리의 결과다. 예를 들어 자동방식으로 로또복권을 구매한 경우 웃돈을 주더라도 타인에게 양도하기를 주저하는 사람이 많다. 자신만이 매직 넘버를 가지고 있다는 착각에 복권이 당첨될지도 모른다는 기대심리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2001년 9월 12일 미국을 덮친 테러 여파로 국내 증권시장이 폭락하면서 옵션시장에선 하루만에 5백배가 넘는 초대박이 터졌다.

이날 옵션시장에서 전날 1000원이었던 풋옵션 9월물 62.50의 프리미엄이 50만5000원을 기록해 무려 505배 폭등했다. 전날 종가에 100만원어치를 매수한 투자자는 하루만에 5억 원 이상을 벌어들인 셈이다.

테러 쇼크로 잭팟을 터뜨린 사람들의 성공이 무용담처럼 퍼지면서 당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대박을 노린 ‘사자 러시(buying-rush)’ 현상이 벌어졌고 신규로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옵션배우기 열풍이 몰아쳤다.

“나도 한 백만 원만 걸어놓을걸”하며 속 쓰려하던 투자자들은 미국의 보복공격 감행으로 증시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너도나도 풋옵션에 몰렸다.

증시가 불안할 때마다 풋옵션 유혹에 빠지는 투자자들이 꽤 많다. 운 때 만 맞으면 주식으로 날린 돈을 한방에 회복시킬 수 있다는 도박 심리에서 헤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용돈을 아껴 매월 찾아오는 옵션만기일을 노리는 직장인이 주변에 널렸고 특히 최근에는 증시가 불안하면서 증권사 지점에 옵션 투자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이런 투자 성향은 장기적으로 커다란 손실만 안겨줄 가능성이 농후하다. 지수옵션은 정해진 기간 동안 예상된 수준까지 주가가 오르거나 하락하지 않으면 단숨에 휴지조각으로 변한다.

자신의 예상과 반대로 주가가 움직일 경우만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도 아니다. 지수가 별다른 변동이 없어도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는 데 옵션은 시간가치(time value)를 축으로 만들어진 상품이기 때문이다. 기관투자자들이 대부분 매도 전략을 이용해 이익을 챙기는 수익구조 역시 시간에 비례해서 옵션 가격이 떨어지는 점을 이용한다.

이런 관점에서 국내 최고의 선물옵션 전문가중의 한명으로 알려진 모 투자자문 대표의 말은 여러 면에서 의미 있다.

“풋옵션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 옵션시장은 개인 투자자가 절대로 이길수 없는 시장이다. 국내의 경우만 개인의 비중이 예외적으로 높을 뿐 외국에서는 기관투자가, 그것도 최고의 전문가들만 참여한다. 개인이 수익을 낼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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