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들에게 ‘긍정의 심리학’이 공허한 이유

이권우의 책읽기
회복 탄력성김주환 지음/위즈덤하우스·1만3000원

얼마 전, (EBS)이 주관한 대학생 독서토론 대회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2박3일 동안 기숙하며 진행했는데, 무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치열하게 토론하는 모습을 보며 감동했다. 젊은 세대가 책 안 읽는다고 한탄하는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지만, 이처럼 책 읽고 함께 이야기 나누기를 좋아하는 대학생들이 있다는 사실에 큰 위로를 받았다. 결승토론의 주제 책은 김주환 교수가 쓴 . 대회를 준비하면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 읽으면서 이 책을 두고 벌일 토론을 기대하게 됐다.

낯선 말일 수도 있는 회복탄력성은 “곤란에 직면했을 때 이를 극복하고 환경에 적응하여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능력”이다. “변화하는 상황에 알맞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개인의 능력”을 중요시하는 개념이다. 한마디로 긍정심리학이라 짐작하면 딱 맞다. 지은이는 회복탄력성을 이루는 요소로 자기조절과 대인관계 능력을 든다. 그러면서 앞엣것은 감정조절력, 충동통제력, 원인분석력으로 이루어지고, 뒤엣것은 소통능력, 공감능력, 자아확장력으로 구성된다고 주장한다. 심리학과 커뮤니케이션학, 뇌 과학이 세련되게 종합되어 있는데다, 구체적 사례가 많이 소개돼 읽다 보면 일단 책의 주장에 동의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회복탄력성이 습관이고 훈련을 통해 얻을 수 있다고 하는 데 있다. 지은이는 “행복은 능력”이니만큼 “긍정적인 성격의 소유자가 되기 위해서는 꾸준하고도 체계적인 노력을 통해 긍정성을 단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책 후반부에는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비법으로 감사하기와 운동하기를 제시한다. 역경이나 시련에 절망하거나 좌절하지 말자는 말은 할 수 있다. 그리고 숱한 종교적 메시지들이 결국은 역경이나 시련이 성장의 발판이 되리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 상황의 원인을 개인에게 돌리는 일은 상당히 위험하다. 체제가 해결해야 할 문제마저 개인 탓으로 몰아가는 것은 아닌가 의심이 들 만하다. 특히 대회에 참여한 대학생들은 예선 과정에서 을 읽었다. 논리의 대척점에 선 두 권의 책을 읽은 학생들이 이 딜레마를 어떻게 헤쳐 나갈지 궁금했던 바였다.

토론은 기대한 수준에 이르지는 못했다. 결승이라는 부담도 작용하고, 합숙하며 토론한지라 피로가 몰린 탓도 있어 보였다. 그리고 자신들이 바로 이 딜레마에 빠져 있기에 선명한 논리를 세우기 어렵다는 솔직한 반응도 드러났다. 청년들이 겪는 역경과 시련에 대해 사회는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무한경쟁에 내몰린 청년들이 회복탄력성을 정면으로 비판하지 못하는 이유다. 그러나 구조적 상황을 개인의 태도 변화로 이겨낼 수 있다는 주장을 무조건 수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할 기회를 박탈하는 시스템을 바꾸어야 희망이 보이는 법이다. 그러다 보니 토론 후반에 논점이 흐려지고 약간의 궤변이 동원될 수밖에 없을 터이다.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해보자는 모임이 늘고 있다. 한번, 청년들이 빠졌던 딜레마를 직면해보면 어떨는지. 과연 긍정은 우리를 구제해줄까, 아니면 끝내 배신할까?

도서평론가·한양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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