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프로파일러의 눈으로 들여다보라

시중에 나와 있는 심리학 관련 서적은 여전히 사람의 말투와 표정 등 몸짓 언어를 읽고 그 사람의 의중을 헤아리는 내용을 다룬다. 아마 사람의 감정을 전달하는 데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게 바로 단어로 구성된 말이 아닌 몸짓 언어라는 메라비언의 규칙 때문이리라.

미국의 심리학자 앨버트 메라비언의 연구에 따르면 의사소통에서 얼굴로 표현되는 표정, 눈빛 등의 몸짓언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55%, 말하는 방식으로 표현되는 말투, 목소리, 높낮이 등의 음성 표현이 38%, 말의 내용을 이루는 단어 표현에 의한 의사소통은 7%에 불과하다. 외국어를 몰라도 몸짓, 발짓으로 소통이 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book pyo지금은 교수 자리에서 물러난 대한민국 범죄심리학자 표창원 박사가 저술한 ‘숨겨진 심리학’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시작된다. 표창원 박사는 범죄자의 특성과 배경, 환경 요인을 알아내 범죄 예방과 범죄 수사에 활용하는 범죄심리학에서 얻은 경험이 일상생활 의사소통에서도 통할 수 있다고 책을 통해 주장하고 있다.

“눈에 보이는 것을 그대로 보지 않고 숨겨진 심연의 진실을 찾는 프로파일러의 삶과 설득, 협상 등이 필요한 비즈니스 상황은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합니다.”

표창원 박사는 자신의 프로파일러 경험을 살려 어떻게 하면 상대방의 의중을 읽을 수 있는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 대화 상대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파악하고, 상대방의 침묵을 해석하는 방법, 상대의 거짓에는 포커페이스로 응시하라 등 상대방의 몸짓 언어를 읽고 해석하라고 가르친다. 마치 표창원 박사가 범죄자를 프로파일링 했을 때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제 막 책을 읽기 시작한 독자가 표창원 박사가 설명하는 기술을 습득해 상대방의 ‘숨겨진’ 심리를 알아내기란 쉽지 않을 듯 하다. 표창원 박사는 일상 생활보다는 수사 상황, 범죄자와의 면담을 예로 들어 주로 설명한다. 한 마디로 일상생활에서는 접하기 힘든 상황을 가정한 다음, 해당 상황이 비즈니스 의사소통에서 통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저자는 비즈니스 협상에 대해 얻을 수 있는 대화 방법을 소개한다고 하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범죄 수사에 활용되는 수사 기법이 비즈니스 화법으로 돌연 급하게 마무리되는 듯한 인상을 받기 쉽다.

이 책은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사업에 유리한 대화법을 가르친다기보다는 범죄 수사에 범죄 심리학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데 그치는 아쉬움을 남긴다. 프로파일러가 어떤 역할을 하고, 범죄 심리학이 범죄 수사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알고 싶어하는 독자라면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지도 모르겠다.

“제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게요?”

심리학을 전공했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도하는 질문이다.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맞춰보라고 물어보거나, 자신의 표정을 보고 생각을 읽을 수 있는지 궁금해 한다. 심리학을 전공한 사람이라면, 이게 얼마나 잘못된 질문인지를 안다.

심리학은 사람의 마음을 읽기 위해 배우는 학문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과 행동을 과학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연구하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처음보는 사람의 표정을 보고, 손짓을 보고 그 사람의 마음을 단숨에 꿰뚫는 심리학자는 없다. 책은 하나의 도움일 뿐이다.

숨겨진 심리학
표창원 지음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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