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 (167)

통증을 이야기 할 때 꼭 등장하는 단어가 trigger point(통증유발점)이다. 통증을 야기하는 점이란 뜻이며 그 점을 자극하면 여지없이 통증이 유발되는 그런 곳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런 point는 사람에 따라 조금씩의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 만성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한두 군데 정도 지니고 있다.

 

그런데 이런 point는 신체뿐만 아니라 사람의 마음속에서도 유사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즉 사람마다 분노가 유발되는 단어나 환경이나 사건들이 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분노가 유발되는 몇 가지의 trigger point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필자의 경우에는 같은 말을 세 번 반복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기분이 나빠진다. 주문을 하거나 요구를 하거나 답변을 하거나 똑같은 말을 세 번 반복하면 그때부터 기분이 나빠지고 그 이후에 반복 횟수의 증가함에 따라서 분노가 증폭되는 경우를 본다. 일반적으로는 이 같은 상황보다는 단어이거나 대상인 경우가 더 많다고 할 수 있다. 소위 말하는 결혼한 여성에게의 ‘시’일 수도 있다. 시어머니, 시댁, 시동생 등등 요즘 흔한 말로 ‘시월드’ 말이다.

 

이외에도 과거에 상처가 되었던 사건속의 인물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통상은 가장 많은 시간을 공유한 사람들이 되는 경우가 많다. 가까운 반면 그만큼 아픔에 노출될 시간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족이 될 경우가 가장 많다. 소심하고 여린 사람인데 어머니가 강인한 성격에 애정표현이 약한 경우라면, 그 자식은 받지 못한 애정에 대한 동경이 시간이 지나면서 분노로 변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 그에게 엄마라는 단어에는 애정과 분노가 공존하게 되어 별것 아닌 서운한 사건에도 예민한 반응을 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또 반대로 무뚝뚝한 아들에 감수성이 예민한 엄마인 경우는 아들이 결혼해 아내에게 대하는 태도가 엄마에게 대하던 것과 다른 것을 보면 역시 애정과 분노가 공존하게 되어 사소한 일에도 마음의 상처를 쉽게 받게 된다. 이는 아내와 남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그리고 아내는 남편에게, 남편은 또 아내에게 분노를 유발시키는, 치유되지 않는 아픈 상처의 단어들이 한두 개 정도가 있다. 그리고 그런 단어들은 그 안에 수많은 사연의 history를 지니고 있기에 단순하게 풀어지거나 해소될 수 없는 성질인 경우가 더 많다. 이 처럼 가까운 사람인 경우도 많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짧지만 심한 상처를 준 사건이 될 수도 있다. 그런 경우에는 지나가 버린 일이고 해결될 수 없으므로 장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아주 심하게 되면 외상후스트레스장애가 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떠나버린 애인의 아픈 추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인들에게 이런 trigger point가 있는 것을 어렴풋이는 알지만 정확하게는 알지 못한다. 마음에서 아픈 추억이나 분노가 유발될 상황에 대한 본능적인 회피가 발생하기 때문에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주변에서 지속적으로 누군가가 분노하는 상황을 체크해보면 어떤 일정한 패턴이 있든지 아니면 분노를 유발하는 단어들이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처럼 누구나 과거의 아픈 경험이나 피할 수 없었던 분노의 일들이 마음속에 침잠하였다가 trigger point를 만나면 마음 밖으로 폭발하게 된다. 성현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보통사람들은 이런 아픔을 모두 지니고 있기에 가급적이면 건드리지 않도록 노력하여야한다. 특히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욱 노력하여야한다. 명절만 되면 가족 간에 싸움이 더 심해지고 심지어는 명절이 지나고 나면 이혼이 급증한다는 말도 이에 해당되는 사건들이다. 혹자들은 가까운 사이기 때문에 이야기를 해주고 심지어는 이런 trigger point를 건들 수 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가까운 사이기에 더욱 피해야 한다. 스스로 치유할 시간을 주고 또 기다려 주어야하는 것이다. 가까운 사이기에 더 큰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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