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숭용의 PS 심리학] 분위기 내준 두산 ‘잃을 게 없다’

31일   한국시리즈 6차전  6-2로 승리하며 마지막 7차전을 남겨둔 삼성선수들이 경기를 마치고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대구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31일 한국시리즈 6차전 6-2로 승리하며 마지막 7차전을 남겨둔 삼성선수들이 경기를 마치고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대구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삼성의 좌타자들이 결국은 두산 더스틴 니퍼트 징크스를 끊어냈다. 이제 한국시리즈(KS) 우승트로피의 주인은 단 한경기로 가려지게 됐다. 솔직히, 어디가 우승할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올해 포스트시즌은 계속 의외의 결과가 나왔고 예측할 수 없었던 변수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우선 삼성 얘기를 해보자. 삼성 좌타자들은 그동안 니퍼트의 몸쪽 직구와 바깥쪽 체인지업에 제대로 대응을 못했다. 니퍼트가 삼성킬러로 등극한 배경 역시 삼성의 ‘좌타라인’을 무장해제시킨 덕분이었다. 이날도 초반에는 삼성 타자들이 체인지업에 대책이 없어보였다. 하지만 6회 박한이가 체인지업을 받아쳐 안타를 만들어낸 뒤 움직임이 달라졌다. 타석에 들어선 채태인은 처음부터 바깥쪽 체인지업 하나만 노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초구에 체인지업을 받아쳐 역전 홈런을 친 장면은, 두산 배터리의 볼배합을 간파했다는 것을 증명했다. 박한이는 7회 몸쪽 직구를 잡아당겨 홈런을 때려내면서 니퍼트 공포증을 완전히 떨쳐냈다는 것을 알렸다. 결국 삼성은 좌타자들이 제 몫을 해야 타선에 불이 붙는 팀이다.

6차전 승리로 흐름은 삼성이 가져왔다. 7차전까지 승부를 끌고 가는 모습을 보니, 2000년 KS에서 현대가 두산과 맞대결했던 게 생각났다. 당시 삼성과 플레이오프(PO)에서 4전승을 거두고 KS에 선착한 현대는 LG와 6차전 접전 끝에 4승 2패로 올라온 두산을 맞아 3연승 뒤 3연패를 당했다. 어찌보면 올해 KS에서 두산과 비슷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워낙 강력한 전력을 과시하던 현대였기 때문에 우리는 절대 지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었다. 외국인선수 퀸란이 결승 3점 홈런과 쐐기 솔로 홈런을 뽑아내 두산 우즈가 1점 홈런을 친 두산을 누르고 챔피언 반지를 차지했다.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두산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7차전에 임하면 좋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사실 이번 가을잔치의 진짜 주인공은 두산이다. 준PO부터 매 경기 명승부를 펼치며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KS에 진출한 두산은, 아름다운 2위에 머물더라도 충분히 박수받을만한 시즌을 보냈다. 달리 말하면, 잃을 게 없다는 뜻이다. 무조건 우승해야 한다는 압박감보다 올시즌 마지막 경기를 원없이 즐겨보자는 마음으로 임하면, 경기 흐름이 요동칠 수 있다. 5, 6차전에 계속 잔루가 많았던 것은 체력이 떨어져 찬스 때 집중력을 발휘 할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이 더해져 몸이 마음처럼 움직여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삼성의 저력도 무시할 수 없다. 정규시즌 3연패의 힘은, 그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는 무형의 힘이 숨어있다는 뜻이다. 1승 3패로 몰렸다가 타선이 살아나며 반전에 성공한 삼성도 철저히 7차전을 준비할 것이다. 어느쪽이 우승을 차지하든, 올해 KS는 두 팀 모두 뜨거운 박수를 받기에 충분한 모습을 보여줬다. 7차전이 기대된다.

정리 |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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