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숭용의 PS 심리학] 박용택의 변신 이진영 정성훈을 살렸다

[스포츠서울] 17일 잠실구장에서 2013 프로야구 플레이오프2차전 LG와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LG 박용택이 2회말 2사 3루 좌익수 뒤에 떨어지는 1타점 2루타를 친 후 환호하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스포츠서울] 17일 잠실구장에서 2013 프로야구 플레이오프2차전 LG와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LG 박용택이 2회말 2사 3루 좌익수 뒤에 떨어지는 1타점 2루타를 친 후 환호하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LG 박용택이 변했다. 11년 만에 진출한 포스트시즌, 그것도 플레이오프(PO)라는 큰 경기와 1차전 패배가 공격적인 박용택을 변화시켰다. 변신에 성공한 박용택은 부진에 빠진 베테랑들에게 ‘다음무대에서 만회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했다. 야구는 팀 스포츠이고, PO는 한국시리즈라는 더 큰 무대가 남아있어 매력적이라는 것을 증명한 2차전이었다.

올시즌 박용택은 539차례 타석에 들어서 52개의 볼넷을 얻는 데 그쳤다. 삼진은 볼넷 수보다 많은 71개를 당했다. 출루에 목적을 두는 1번타자 특유의 임무 대신 시즌 때 박용택은 공격성향이 강한 톱타자였다. 신중하게 볼을 보는 것보다 1~3구 안에 활발한 타격을 해 LG의 타선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PO 1차전 패배 이후 2차전에 들어선 박용택은 ‘내가 알던 (박)용택이가 맞나?’ 싶을 만큼 달라져 있었다.

우선 2차전에서 5차례 타석에 들어서 그가 본 공은 모두 27개였다. 타석당 5개 이상 공을 지켜봤다는 것이다. 4개의 안타를 뽑아내고, 1개의 볼넷을 얻어낸 기록이 아니라 신중하고 차분하게 공을 지켜봤다는 것에 주목했다. 1차전 실패 원인이 급한 움직임 때문이었다면, 2차전에 임하는 톱타자로서 타선을 안정시킨 역할을 자처했다고 볼 수 있다. 본인 스스로 ‘공격’보다 ‘출루’에 방점을 찍고, 생각을 바꾼 것이 결과적으로는 팀 승리를 이끄는 동력이 되지 않았나 싶다.

박용택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LG 선수들이 정말 절박하게 가을잔치를 기다려왔다는 느낌을 받았다. 부진에 빠진 정성훈과 이진영에게도 희망의 메시지를 주기 위해 박용택이 스스로 변화를 시도하고, 성공적으로 경기에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성훈과 이진영의 부진은 3차전을 앞두고 김기태 감독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둘을 타순에서라도 찢어놓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베테랑들이 큰 경기에서 첫 단추를 잘못 꿰면, 경험이 없는 신인들보다 더 깊은 슬럼프에 빠진다. 잘 해야한다는 부담과 만회해야겠다는 생각이 몸을 경직시키기 때문이다. 슬럼프에 빠진 베테랑들을 수렁에서 건져낼 수 있는 것은 동료들의 도움과 ‘팀 승리’ 뿐이다. 부진할 때 팀이 승리를 거두면 ‘내가 아니어도 이길 수 있다’는 위로를 받게 된다. 베테랑이니까, ‘그렇다면 내가 팀 승리에 보탬이 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일까?’를 고민하기 시작하고, 해답을 찾는다. LG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한다면, 이진영과 정성훈은 분명 좋았을 때의 모습을 되찾아 있을 것이다. 2차전 승리가 단순한 1승 이상의 의미를 지닌 이유다.

그 동력을 제공한 것이 바로 박용택의 변화다. PO 두 경기로, LG 선수단은 신인이든 베테랑이든 큰 경기에서 똑같이 긴장한다는 것을 배웠을 것이다. 박용택의 변화를 기점으로, 선수 개개인이 팀을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 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을 것이다.

정리 |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