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숭용의 PS 심리학]두산 이재우 ‘혼신의 힘’ 증명했다

28일 한국시리즈 4차전 두산 선발투수 이재우가 역투를 펼치고 있다. 잠실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28일 한국시리즈 4차전 두산 선발투수 이재우가 역투를 펼치고 있다. 잠실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투수는, 구속이나 구종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마운드 위에서 얼마나 자신을 믿고 그야말로 ‘혼신’을 담아 공을 던지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두산 선발 이재우는 ‘혼신’이 무엇인지를 마운드 위에서 보여줬고, 그 중요성을 증명해냈다.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도 있는 한국시리즈(KS) 선발 등판에 나선 이재우는 1회부터 자기 공을 던졌다. 직구에 대한 자신감은 3차전에서 살아나는 모습을 보인 삼성 타자들을 오히려 위축되게 만들었다. 피해가지 않는 직구로 1회를 넘긴 이재우는 분위기상 2007년의 이른바 ‘역스윕 패배’의 악몽과 KS 첫 선발이라는 중압감을 동시에 털어버렸다. 2회부터 변화구를 적절히 섞어 완급조절을 하면서 자기 페이스대로 마운드를 운용한 게 두산 승리의 첫 번째 원동력이 됐다.

타자 입장에서 이재우의 투구를 보면서, 삼성 타자들이 심리적으로 소위 ‘말렸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난 17일 LG와 플레이오프(PO) 2차전에서 레다메스 리즈를 상대한 두산 타자들의 표정을 떠올려보자. 당시 리즈는 160㎞짜리 광속구는 물론, 슬라이더 제구까지 완벽했다. 힘 있고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제구까지 완벽하면, 타자들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당시 두산 타자들의 표정은 ‘이 공은 못치는 공이다. 우리가 졌다’며 패배를 깨끗이 인정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재우는 다르다. (이)재우에게는 미안하지만, 최고구속이 143㎞에 불과한 제구위주의 기교파 투수를 상대로 자기 스윙을 하지 못하면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노림수의 변화라기보다 ‘왜 못쳤지?’라는 생각이 뇌리를 맴돌아 앞 타석의 잔상이 남아있게 된다. 5이닝 동안 삼성 타자들이 8개의 삼진을 당한 것도 이 때문이다. 타석에서 생각이 많으면, 한가운데 들어오는 공에도 반응을 못하게 된다.

이재우가 보여준 ‘혼신의 역투’는 야수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PO까지는 느끼지 못한 체력부담이 KS부터는 하루하루 다르게 압박해온다. 하지만 이날 보여준 야수들의 움직임은 말그대로 ‘정신력이 체력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데릭 핸킨스와 정재훈 윤명준으로 이어지는 계투진도 이재우가 보여준 ‘혼신의 역투’를 거울삼아 마운드 위에서 주눅들지 않는 투구를 했다. 팀 전체에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삼성 입장에서는 선발 배영수가 1회 1사 1,2루 때 두산 최준석을 상대로 몸쪽공 5개를 연속으로 던진 장면이 아쉽다. 20년 간 타자로 경기에 나섰지만, 몸쪽 꽉 찬 공을 3개 연속 던질 수 있는 투수는 한 번도 못봤다. 때문에 바깥쪽이나 변화구를 섞는 볼배합을 하는 것이다. 배영수도 이재우와 마찬가지로 씩씩하게 자신의 공을 던졌지만, 정규시즌 때와 같은 패턴으로 들어온 게 패착이었다.

정리 |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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