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 심리학] 경계성 성격장애 : 팜므파탈 매력의 비밀?

 

사진=영화 포스터

탁 트인 바다가를 배경으로 오래지어진 듯한 방갈로 들이 줄지어 있다(베티블루 배경음악 깔리면서). 가끔 바람이 불어오고 모래가 바람에 날리는데, 살랑 살랑 부는 바람과 함께 치맛자락 날리며 한 여인이 걸어오고 있다. 익숙한 듯 방갈로 계단을 오르는데 살랑 부는 바람에 치맛자락 날리면 은근슬쩍 드러나는 그녀의 흰 팬티...

해가 중천에 뜬 어느 여름의 대 낯, 아마도 첫 끼니를 준비하는지 조르그가 매운 칠리소스를 듬북 넣은 음식을 냄비에 끓여 먹으려고 준비 중이다. 출출할 때 양은 냄비에 라면을 막 끓여 넣고 막 한 젓가락 들려고 할 때를 생각하면, 이 상황이 좀 더 이해가 가리라.
그때 한 여인이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땡땡이 원피스를 입고 문 앞에 서있다.

조르그는 그녀를 떠올리며 생각한다.
‘다른 여자들도 그녀처럼 옷을 입고 다닐까...?’
그녀의 특이한 복장의 정체는 다름 아닌, 앞치마였다.
속옷도 안 입고 앞치만을 걸친 여자라... 남자들은 가끔 이런 상상을 할지 모르겠으나, 미치지 않고서야 이런 복장을 하고 다니긴 쉽지 않다. 이런 특이한 옷차림과 행동거지들이 그녀가 좀 독특한 성격의 소유자일 거라는 간접적인 단서를 주고 있는 것이다.
뭔가 이 여자가 심상치 않다는...

영화속 “베티”는 경계성 성격장애자이다. 경계성 성격장애자들은 영화 속 베티처럼 매우 충동적이며 극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어제의 그가 오늘의 그와 다르며, 시시각각 다른 인격이 존재하는 듯하다. 이런 사람들은 스스로에 대한 정체감이 혼돈되어 있기 때문에 늘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의문을 품으며 불안해하고 괴로워한다. 스스로 통일된 자아상이 없기에 타인에 대해서도 통일된 대인상이 존재하지 않으며, 흑과 백처럼 ‘천사와 악마’라는 두 가지의 분류만이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에게 호의적이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은 천사, 그렇지 않은 사람은 악마라는 이분법적 사고로 사람을 대하기 때문에 극적인 행동을 보이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기본적인 신뢰가 부재하기 때문에 타인에 대한 애정을 끊임없이 갈구하며 이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된다.

치명적인 매력인가, 저주인가?

전통적으로 여자는 ‘밀당’을 잘 해야하고 ′남자에게 쉽게 보이면 안되다′는 것이 남녀관계에 있어서 정설로 남아 있다. 그러나 이런 통설만 믿어서는 낭패보기가 쉽다.
남자들에게 여자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목표가 얼마나 ‘성취’가 가능한지 여부인 것 같다. 어차피 가능성이 없는 상대에 대한 목표를 세우는 것은 시간낭비다. 남자에게는 자신이 마음에 드는 여자 중에 자신에게 어느 정도 관심을 보이고 자신을 수용해 줄 수 있는지가 선택에 있어서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된다. 이를 잘 이용하는 여자들이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다.

사진=영화 스틸컷

여성이 배란기 때 남자에게 잘 어필되는 이유는 생물학적으로 그때가 아름답게 보일 수 있는 조건- 피부에서 윤이 나고 홍조를 띤다거나-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시기의 여성이 남자들에게 유혹적인 행동 - 남자를 보고 잘 웃는다거나 남자들의 신체적 접촉을 거부하지 않고 오히려 여자들이 보다 과감한 시도를 한다거나 야한 옷을 입는다거나, 등의 행동으로 인하여 남자를 유인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버림 받지 않기 위한 필사적인 몸부림

그러나 경계성 인격장애자들의 유혹은 매우 필사적인 것처럼 보인다(경계성 인격장애는 약75%가 여성이다). 그들은 자신이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상대를 유혹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며, 이런 노력이 허사로 돌아갈 경우 이를 참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영화 위험한 정사,1987, 애드리안 라인에서 알랙스(글렌글로스)는 이런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여성으로 묘사된다. 아내 몰래 바람을 피운 댄(마이클 더글라스)는 하루밤의 유희로만 그녀와의 관계를 정리하고자 했지만, 그것은 오산이었다. 그녀는 그에게 자해행위를 하면서까지 그에게 매달리고 급기야 집으로 침입해 가족들을 위협하게 된다. 그녀에게 사랑에 대한 갈구는 죽음까지도 불사할 수 있는 것이다. 댄이 자신을 떠나려고 할 때마다 그녀는 갖가지의 협박과 애원을 하며 그를 잡는다. 그리고 광적인 사랑에 대한 집착은 그녀의 죽음으로 마무리 된다.
결국, 인간관계는 스스로와 타인을 배려하며 적당한 거리와 긴장감이 존재하는 건강하고도 상호호혜적인 관계여야 해피앤드로 끝날 수 있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

베티 블루 37.2(1986)

- 로맨스/멜로, 드라마
- 감독 : 장자크 베네
- 배우 : 장위그 앙글라드(조르그 역), 베아트리체 달(베티 역)
- 줄거리 : 조르그는 방갈로를 관리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베티가 그를 찾아오고, 둘은 동거를 시작한다. 베티는 매우 야성적이고 충동적인 성격으로 급기야 방갈로에 불을 지르고 두 사람은 도망을 친다. 그리고 조르그 친구의 식당에서 일을 하면서 살아가게 된다. 베티는 우연히 조르그의 작품을 읽고 그의 재능을 발견하여 그의 작품을 출판사에 보내고, 응답을 기다리지만, 기다리는 소식이 들려오지 않자 점점 광폭해지기 시작한다. 결국, 베티는 자신의 눈을 포크로 찔러 의식불명상태가 되고, 이를 견디지 못한 조르그는 그녀를 몰래 죽인다. 이후 조르그는 그녀의 바램대로 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한다.

박소진 한국인지행동심리학회장(′영화 속 심리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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