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예술청년단, ‘불안하다 ver.03 – 텔레파시 이야기’ 공연 선보여

(서울=뉴스와이어) 2012년 09월 25일 -- ‘실험과 도전으로서의 연극’을 추구하는 ‘열혈예술청년단(대표 유재미)’의 공연 ‘불안하다 Ver.03 - 텔레파시 이야기(구성/연출 윤서비)’가 10월에 선보인다.

현실과 허구를 교란시켜 ‘불안한 착란’을 경험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불안하다 ver.03 - 텔레파시 이야기’는 2010년 ‘불안하다 ver.01’, 2011년 ‘불안하다 ver.02 - 인어이야기’에 이은 신작으로 열혈예술청년단의 연극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보여준다. 그들은 이론물리학, 신경과학 및 뇌 과학, 진화심리학 등의 최근의 발견에 주목하며 연극에 대한 고착된 사고를 깨고 연극의 정의를 다시 써내려가고자 한다.

연출 윤서비는 “우리는 사람이 의도를 갖고 행동을 한다는 것을 잘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신경과학자들은 인간이 감각기관을 통해 지각된 정보들을 해석하여 행동을 결정하고 행동을 수행하는 것이 인간의 의식이나 의도보다 선행된다는 것을 의지와 행동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뇌 과학에 관심을 가지며 나는 ‘목적’과 ‘행동’의 인과관계를 분석하여 캐릭터를 연구하는 기존의 작업방법에 치명적인 의심을 가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나는 이론물리학에 관심을 가졌는데 공기의 파동으로써의 목소리, 반사된 빛의 입자로써의 인간의 모습, 화학작용에 불과한 감정, 그저 양성자의 운동으로 존재하는 텅 빈 나를 회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진화심리학이 복잡미묘한 인간의 마음을 단순 명쾌한 생존과 생식의 본능으로 압축하는 것을 보며 상당히 시적(詩的)이라고 느껴졌다. 차츰, 연극이 너무 장황하고 뻔한 해석을 요구하며 철지난 철학에 매몰되어있는 건 아닌가 생각되었다. 또, 인간의 마음에 대한 오만한 자신감의 결과물 중 하나가 바로 ‘연극’일 수도 있다고 생각되었다”라고 말했다.

‘불안하다’라는 제목은 열혈예술청년단이 바라본 연극의 속성이며 그에 대한 ‘디스(diss - disrespect의 준말로 주로 힙합 음악 등에서 다른 사람을 폄하하거나 공격하기 위한 노래를 뜻한다.)의 의도가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흔히 객석에서의 핸드폰 울림이나 잡담, 기침 등의 행위는 공연의 시작과 동시에 비난의 대상이 된다. 또한 무대에 젊은 배우가 노인 분장을 하고 나오면 관객들은 노인으로 믿으며, 배우가 커튼 뒤로 숨으면 다른 장소로 갔다고 믿는다.

‘열혈예술청년단’은 이처럼 관객이 흔쾌히 속아주는 연극공연과 관극을 둘러싼 시스템이 ‘사기’는 아닐지언정 아주 작은 실수에도 쉽게 깨질 수 있는 ‘지극히 연약한 약속’에 불과하다고 이야기한다. 동시에 그런 실낱같은 약속에 기댄 배우들과 관객들의 뻔뻔한 믿음이 때론 당혹스럽고 어처구니없는 별세계 같다고 지적한다.

결과적으로 리얼리티와 일루전의 얄팍한 경계를 ‘불안함’으로 규정짓는 것이 ‘불안하다’ 시리즈의 작업의 시작점이다. 열혈예술청년단은 연극의 핵심적 요소이며 중요한 매력이지만 치명적 약점이기도 한 그 ‘불안함’에 확대경을 들이대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시비를 걸어 보겠다는 당찬 포부를 가지고 있다.

‘불안하다’ 시리즈에는 부제가 붙는데 이번에는 ‘텔레파시 이야기’이며 이 또한 풍자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열혈예술청년단’은 연극이 향수어린 ‘인간 냄새’를 강조하고 있지만 그 근거가 불확실하며 그로인해 오히려 미래지향적 사고를 주도해야할 예술적 지향은 점차 사라지고 ‘추억 상품’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연출 윤서비는 “연극을 하다보면 연극을 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지극히 비과학적이라고 느낀다. ‘사람의 기운’, ‘무아지경’, ‘무당처럼’, ‘에너지’, ‘배우가 진심으로 연기하면 관객에게도 진심이 전달된다’. 이런 불확실한 것들을 의심해보고 입증하려는 노력을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특히 연기라는 특수한 예술 형식을 다루는데 있어 어떤 ‘영적인 범주’에 집어넣는 경향이 있다. 많은 배우들이 완성된 연기술 보다 진심어린 태도를 우위에 놓으며 그것이 관객과의 소통에 핵심이라고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그들이 가끔 연기자와 초능력자를, 또 연극에서의 소통과 텔레파시를 혼동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라고 말한다.

‘배우’는 위안과 치유의 전령사도 아니고, ‘진심의 소통’은 홍보 문구에 지나지 않으며, 또 연극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인간적인 예술 행위의 표본도 아니고, 윤리적으로 옳은 소리를 반복하는 선거판 강연회도 아니라고 ‘열혈예술청년단’은 힘주어 말한다.

즉, ‘불안하다 ver.03 - 텔레파시 이야기’의 주장은 그 모든 것들이 연극의 허구성에서 비롯된 과장된 포장이며 힘든 현실을 감내해야하는 가난한 연극인들의 가히 종교적인 자기위안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예술가들은 우선 정확한 현실을 인식하는 용기를 가져야하고 ‘연극’은 생각보다 별 것 아니라는 자인(自認)에서 출발해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연출자 윤서비는 “‘빈 무대’는 무언가 일어날 것 같은 긴장감도, 재미있는 상상도 부추기지 않으며, 특별한 개성도 드러내지 않는다. 사람에 따라 다양한 색깔을 입힐 수 있고 그래서 한편으로는 무대가 더 실용적일 수도 있고, 아무것도 없기에 더 많은 상상을 자극한다고 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그건 연극과 무대를 당연하게 연결시키는 사람들의 생각이다. 나는 어떤 공연장을 둘러보고는 ‘무대만 빼고 다 무대로 쓰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한다. 조형적으로나 실용성으로 보나 ‘빈 객석’은 ‘빈 무대’보다 훨씬 뛰어나며 무대 뒤, 좁고 어두운 요상한 통로들은 너무나도 흥미롭다. 그리고 때론 세상의 수많은 흥미로운 것들 중 연극은 가장 덜 흥미로운 쪽에 속한다고 회의하곤 한다. 나는 연극계가 자신을 의심하는 일에 가장 덜 용감한 집단이라고 자주 느낀다. 연극을 너무 사랑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연극을 가지고 놀고 땅에 던져 깨뜨리고 박살내고 그래야한다. 그러다 연극이 사라져도 그렇게 나쁠 것도 없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열혈예술청년단’의 ‘불안하다 3탄’은 10월 5일~7일 문래예술공장 박스씨어터, 10월 18일~21일 대학로 예술극장 3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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