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잘하고 싶어서…선수들의 ‘개명(改名) 심리학’

프로야구에 개명(改名)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올해 개명을 신고한 선수는 8명이다. 시즌을 마친 뒤에는 김상현(33·KIA)과 장기영(31·두산)도 각각 김태영과 장민석으로 이름을 바꾼 것이 공개됐다. 2차 드래프트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심수창(32)은 '창'을 '밝을 창(彰)'에서 '창성할 창(昌)'으로 개명했다. 총 11명의 선수가 올해 이름을 바꾼 셈이다. 2010년 4명, 2011년 3명, 2012년 5명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야구 선수들의 개명이 증가한 이유는 무엇일까.

◇'야구를 잘하고 싶어서'

선수들이 이름을 바꾸는 가장 큰 이유는 야구를 잘하고 싶어서다. 황동채로 개명한 롯데 황성용(30)은 "다른 이유는 없었다"며 "야구를 좀 더 잘하기 위해 이름을 바꿨다"고 말했다. 김태영은 "2014년은 나에게 새로운 도약의 해다.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야구 선수들의 개명은 손아섭(25·롯데)의 사례가 등장하면서 더욱 증가했다. 그는 2009년 손광민 대신 '땅 위에서 최고'라는 뜻의 '아섭(兒葉)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후 4년 연속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했고, 팀의 주전 외야수로 완전히 자리잡았다. 국가대표에 발탁되기도 했다. 손아섭은 "내가 노력한 부분도 있지만, 이름을 바꾼 뒤 일이 잘 풀린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주위에 있는 사람들로부터 개명에 대한 문의가 많았다"고 밝혔다.

◇"불안감 해소에 도움될 수도"

야구 선수들의 잇따른 개명은 사회심리학적으로 어떻게 봐야 할까.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불만이 조금씩은 있다. 외면적인 부분일 경우 '성형'을 하게 되고, 내면적인 부분에서는 개명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야구 선수는 인기 스포츠를 하는 사람이며, 대중에게 자신을 보여줘야 하는 직업이다. 자신의 자리에 대한 불안과 걱정이 많을 수밖에 없다. 노력만으로 힘들다면 개명 같은 부분에 의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이어 "야구인들은 많은 징크스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주위 선수들이 어떤 일로 해서 좋은 성과를 거둔다면 '나도 혹시'라는 생각에 따라하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름을 바꾼 선수들은 개명 후 일이 잘 풀릴 것으로 기대하며 '자기 암시'를 하게 된다. 이로 인해 삶의 패턴이 바뀌고, 훈련의 성과가 높아지는 등 좋은 영향을 끼친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병민 기자 yuball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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