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적으로 본 ‘QPR이 안 되는 이유’

박지성(32)·윤석영(24)의 소속팀 퀸즈파크레인저스(QPR)는 프리미어리그의 '트러블메이커'다. 리그 26경기 중 단 2승에 그치며 승점 17점으로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해리 레드냅(66) 감독 부임 이후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오히려 자신에 맞는 선수들만 팀을 운영하려 해 논란을 빚고 있다. 한때는 팀 내분설까지 빚어졌다.

분명히 QPR은 빅클럽 출신에다 고액 연봉을 받는 능력좋은 선수들을 대거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도 경기력은 형편없다. 경기력, 전술 등 눈에 보이는 문제보다는 선수 개인, 팀에 내재돼 있는 심리적인 문제가 더 심각해 보인다.

◇ 불안감, 의지 박약

QPR은 올 시즌 내내 구단주, 감독, 선수 등 구성원 전체가 "우리는 이긴다. 반드시 1부리그에 살아남는다. 잘할 것이다"는 말을 공개 석상에서 자주 거론했다. 그러나 결과는 좋지 못했다. 말과 행동이 달랐다.

오히려 이같은 현상은 팀 전체적으로 패배 의식에 따라 퍼진 불안감 때문이다. 김병현 체육과학연구원(KISS) 수석연구원은 "시합장에서 운동 선수들은 언제나 싸움닭처럼 해야 한다. 그런데 자주 패배하다보면 선수들이 오히려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든 피하려 하는 습성을 갖게 된다"면서 "그만큼 선수나 팀 모두 불안정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실제로는 목표에 대한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했다. 그는 "지속적으로 부진한데도 안 올라가는 것은 그만큼 도전 정신이 팀 전체적으로 부족하다는 걸 의미한다. 실제 경기에서는 선수들 모두 별다른 의식없이 뛰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 계속 이어지는 악순환

이같은 의식이 계속 이어지는 '관성'도 작용하고 있다. 관성은 심리학에서 현재의 심리 상태가 계속 지속된다는 의미다. 선수 개인마다 생긴 관성이 팀 전체에 영향을 미쳐 경기력이나 분위기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윤영길 한국체대 심리학과 교수는 "선수들이 계속 불안한 상태에서 경기를 하면 상호작용이 발생해 관성이 나타난다. 잇따른 무승과 선수, 감독 교체 등 불안정한 요소로 생긴 악순환이 팀 시스템에 잘못 연결돼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쓸데없는 곳에 패스를 하거나 넣을 수 있는 것도 못 넣는 플레이가 자주 나오게 마련이다. QPR은 잘 안 되는 팀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 부담을 버려라

불안한 성적과 불완전한 조직력 때문에 QPR은 '2부리그 강등 1순위'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어려울 때일수록 선수들이 지나치게 승리에 의식하지 말고 부담감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윤 교수는 "계속 이기지 못하는 팀의 선수들이 갖고 있는 불안한 심리는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무조건 잘 하겠다는 심리를 버릴 필요가 있다"면서 "경기에 자주 나서지 못하는 박지성도 지나친 책임감과 부담을 떨쳐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도 "시합에 가서는 승패에 연연하는 것보다 소신껏 자기 능력을 최대치로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을 펼치는 게 더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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