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이 본 적나라한 인간본성

12월 23일 출판 잠깐독서

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
로랑 베그 지음, 이세진 옮김
부키·1만6000원

마더 테레사 수녀가 천국에 갈 확률은 79%, 마이클 조던은 65%,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비는 60%, 그럼 당신은? 정답(?)은 가장 높은 87%. 미국의 한 실험자가 일반인 1000명에게 물은 결과다. 이 책은 ‘철학이 묻고 심리학이 답하는 인간 본성에 대한 진실’이란 무거운 부제와는 달리, 그리 심각하거나 어렵지 않다. 지은이 로랑 베그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도덕적 착각’을 다양한 사례와 실험, 이론적 틀을 들어 소개한다. 조깅할 때 주변에 사람이 많으면 더 열심히 달리고, 많은 사람이 옳다고 하는 일엔 그르다고 말하지 못하면서, ‘나는 착하게 사는데 왜 세상은 이 모양이야’라고 불만을 품는 이들에게, 똥침을 날린다. ‘과연 나는 어떤가’라는 자문이 생겼다면 공감도 100%라 할 수 있겠다.

아내 몰래 바람을 피우거나 세금을 떼먹은 사람을 식별하는 방법 한 가지. 그런 짓을 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얼마나 될 것 같으냐고 물어라. 구린 일을 한 사람은 자신과 똑같이 행동하는 사람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대답한 비율이 평균치보다 높다면, 유력한 용의자다. 이 책은 인간이 빠질 수 있는 온갖 도덕적 난제와 딜레마를 다루고 있기에, 조금은 산만하다. 하지만 수십개의 에피소드마다 선택과 판단, 추론 과정을 소상하게 보여주니, 늘 첫 장 같은 느낌도 든다. 심리학·철학 개념이 문득문득 등장하니 에세이처럼 읽으려는 욕심은 버려라.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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