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이야기-160] 신문지 회장과 분노조절

며칠 전 또 승무원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모 항공사의 국내선 창구에 비행기 출발 1분 전에 도착한 국내 아웃도어 회사의 회장은 탑승을 요구하고 거부당하자 담당 승무원을 손에 쥐고 있던 신문지로 때린 것이다.

 

이 사건이 인터넷상에서 기사화되자 누리꾼들은 그를 ‘신문지 회장’이라 이름 붙여주었다. 포스코의 왕상무 사건, 롯데호텔 벨보이 장지갑 폭행사건 등 우리 사회 甲의 위치에 있는 이들의 비정상적인 무법자적, 특권자적인 행동이 또 발생한 게다.

 

 우선 그 당시 신문지 회장의 머릿속으로 들어가 보자. 1분 전에 도착했으니 비행기를 못 탈 수 있다는 생각보다는 아마도 탈 수 있다는 생각이 더 지배적이었기에 거부되었을 때 분노가 올라왔을 것이다. 만약 자신이 늦어서 못 탈 수도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면 분노로 표현되기보다는 실망이나 절망으로 나타났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대단히 분노하였다. 그의 분노는 자신의 생각이 거부된 것과, 다음으로는 자신이 회장이고 비행기 출발 1분 전이면 비행기가 4분만 늦게 떠나면 된다는 생각이 있었을 것이다. 항상 제 시간에 출발하지 못하는 비행기인데 자신에게 4분도 배려해 주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이었을 것이다. 즉 특권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을 무시당한다고 해석해 분노했을 것이다. 순간적으로 올라온 분노를 조절해야 하지만 회장의 신분이어서 평소에 분노를 조절할 이유가 많지 않다보니 분노를 조절하는 방법을 잘 모르고 또한 익숙하지도 않았을 게다. 결국 그렇게 조절되지 않은 분노는 신문지를 상대방에게 던지는 사회적으로 미성숙한 행동으로 이어졌다. 그는 사회적으로는 성공하였고 나이로는 성인이지만, 분노를 조절할 수 있는 심리적 성숙도 면에서는 미성숙자였던 것이다.

 

화를 내거나 참지 못하는 이유는 분노 때문이다. 분노는 과거의 경험이나 해결되지 않고 마음속에 축척된(부당하거나 억울한) 것들이 어떤 원인으로 밖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따라서 사람마다 분노하는 패턴이 있다. 분노를 유발시키는 단어라든지 행동이라든지 상황 등이 있다. 그런 유사한 trigger point가 자극되면 바로 분노는 올라온다. 그리고 분노를 조절해본 경험에 따라서 분노를 유도하여 발산하거나 누르거나 할 수 있다. 분노조절장애는 이상심리학에서 충동조절장애의 간헐적 폭발성 장애에 해당한다. 충동조절장애에는 병적 도박증, 물건을 훔치는 도벽증, 불을 지르는 방화증, 간헐적 폭발성 장애 등이 있다. 물론 일반 사람에서 분노가 치밀어 화를 내는 것은 분노조절장애가 아니다. 장애란 병적인 상태를 말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해결하거나 개선되기 어려운 상태를 말한다. 신문지 회장 같은 경우는 분노조절장애라기보다는 분노를 조절할 이유가 별로 없다보니 익숙하지 않았다는 표현이 더 옳을 것이다.

 

얼마 전 일이다. 필자가 학창 시절부터 친하던 후배에게 개인 사정으로 전화를 하였다. 그런데 통화 중에 후배의 말 속에서 무심코 나온 환자의 이름을 듣는 순간 분노가 올라와서 짜증이 났던 일이다. 그 환자는 입이 들어가는 것에 집착을 보였던 환자이다. 그러나 구치부가 없어서 치아배열만하고 입을 넣는 것은 불가능하였다. 치료 전부터 누차 설명하였건만 환자는 내원할 때마다 최소한 10번 이상 반복된 질문을 하고 필자 또한 동일한 답변을 하였다. 교정치료 후에 보철치료를 위해 의뢰하였는데, 그 환자의 치료가 마무리됐다는 이야기였다. 더불어 후배 치과에서도 또 입을 넣을 수 없냐고 질문해 안 된다고 설명했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마음의 준비 없이 갑자기 그 환자의 이름을 듣는 순간 필자의 마음속에서 심한 분노가 올라왔다. 결국 분노의 조절에 실패하고 그 이름을 거론한 후배에게 짜증어린 말투로 투정을 부리고 전화를 끝낸 일이 있었다. 다음날 사과전화를 했지만 지금도 미안한 마음이다. 아직도 필자의 마음속에 그 동안 진료실에서 환자로부터 받은 트라우마의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되지 않는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러야 분노반응이 없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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