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빌리 브란트를 기억하다·보다의 심리학

(서울=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 빌리 브란트를 기억하다 = 에곤 바 지음.

오는 9일이면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꼭 25년이 된다.

베를린 장벽 붕괴와 독일 통일의 직접적인 도화선은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였다. 그러나 고르바초프가 크렘린의 일인자가 돼 개혁정책을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빌리 브란트(1913∼1992)가 오랜 시간 공들여 추진한 긴장완화 정책 덕분이었다.

이 책은 빌리 브란트의 동료, 친구이자 동방정책의 실질적 설계자인 저자가 두 사람이 함께한 시간에 대해 쓴 회고록이다. 빌리 브란트의 위대함뿐 아니라 인간적으로 나약한 모습까지 솔직하게 담았다.

빌리 브란트는 위기에서는 단호한 용기를 보여준 인물이었지만 정치판에서 끊임없이 상처를 받은 섬세한 감정의 소유자였다.

베를린 장벽이 세워지던 1961년 당시 베를린 시장이자 독일 수상 후보로 선거유세에 한창이던 빌리 브란트는 밤기차 안에서 장벽 건설 소식을 들었다. 즉시 기차에서 내려 비행기를 타고 베를린으로 날아가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 모인 시민들에게 즉흥연설을 했다.

이런 그와 달리 경쟁 후보였던 아데나워는 선거유세를 계속하면서 빌리 브란트를 '사생아 출신'이라고 깎아내렸다.

이때 빌리 브란트는 큰 상처를 받는다. 자신을 향한 비난 때문이 아니라 섬처럼 고립돼 가는 베를린 시민에게 무관심한 정치 현실에 대한 실망 때문이었다.

1961년 "서로에게 속했던 것은 함께 자라야 한다"고 분노했던 빌리 브란트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자 "서로에게 속했던 것이 이제 하나로 자랐다"는 말로 28년 만에 연설문을 완성시켰다.

이 책을 번역한 박경서 한국 초대인권대사는 세계교회협의회(WCC) 근무 시절 만난 저자 에곤 바가 한국에 했던 조언을 들려준다.

"한 나라가 너무 오래 분단돼 있으면 다른 국가로 독립되니 한국도 통일을 서둘러야 한다. 통일정책은 정부 차원에서 머물러선 안 되며, 초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북로그컴퍼니. 272족. 2만원.

▲ 보다(seeing)의 심리학 = 나카야 요헤이·후지모토 고이치 편저.

'셀카를 찍을 땐 왼쪽 얼굴을 내밀라'.

사람의 몸은 좌우가 거의 대칭을 이루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잘 관찰해보면 미묘한 차이가 있다. 특히 얼굴이 그렇다.

심리학자들은 1820년 출토된 '미로의 비너스상'에서 이런 차이를 발견하고 사람 얼굴의 좌우 차이를 연구 대상으로 삼기 시작했다.

얼굴을 합성한 '키메라사진' 실험에서도 좌우 얼굴의 차이는 확연히 드러난다.

얼굴 반쪽은 무표정한 얼굴을, 다른 반쪽은 웃는 얼굴을 합성한 사진을 보면 왼쪽이 웃고 있는 얼굴이 더 밝게 느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왼쪽 부분으로만 얼굴 전체를 합성한 사진과 오른쪽 부분으로만 만든 얼굴 사진을 보면 왼쪽 얼굴의 감정이 강하게 느껴진다.

왼쪽 얼굴 특히 아래쪽이 감정 처리와 깊은 관계가 있는 우반구의 강한 통제 아래에 있기 때문이다.

이런 내용을 비롯해 '이미지의 시대'에 세상을 보는 방식에 관한 심리학과 시각예술에 관한 책이다.

21세기북스. 김정운 편역. 432쪽. 2만원.

kong@yna.co.kr

2014/11/07 11:2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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