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우울증은 실체없는 만들어진 병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2011년 우리사회 우울증 환자수는 57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7년 49만명에서 13.9% 증가한 수치다. 우울증이 번지고 있는 걸까.

심리학자 에릭 메이젤은 실제로 번지고 있는 것은 병이 아니라 꼬리표 달기 모델이라고 말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우울증은 만들어진 병이라는 얘기다. 인간의 슬픔에 잘못 붙여진 꼬리표일 뿐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저자는 ‘가짜 우울’(마음산책)에서 어떻게 없는 병이 판을 치게 됐는지, 의사와 병원, 제약사의 매커니즘과 의사와 환자의 심리적 관계를 다양한 사례와 연구결과를 통해 밝힌다.

무엇보다 저자가 주목한 것은 언어인식의 문제다.

그에 따르면, 사람들은 슬픔을 느끼면서 우울증에 걸렸다고 말하면서 무의식적으로 언어를 교체한다. 그리고는 도움을 구할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우울증 전문가를 찾는다는 것. 슬픔은 지극히 정상적인 감정의 형태인데, 우리 안에서 ’원치 않는’ 이 상태의 단어를 ’비정상적인’이라는 단어로 교체했기 때문에 일어난 결과라는 얘기다.

저자는 사람들이 우울증이 존재한다고 믿는 열다섯가지 이유를 열거하며 하나하나 반박해나간다.

우선 이렇게 질문해 볼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우울증이 정신장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상황이 우울증이 존재한다는 것 아닌가’. 그의 대답은 명쾌하다. 현상이 질병이나 장애가 되려면 실제로 질병이나 장애여야 하지, 개선이나 변화가 필요하지 않다. 이는 정신건강 산업이 벌이고 있는 언어 게임의 기본원리라는 것이다.

‘항우울제라는 약이 존재하니까 병이 있는 것 아닌가’라는 의문에도 그는 미국의학협회지 등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약의 효능은 플라시보 효과 이상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항우울제가 우울증 증상을 완화한다는 사실이 증명하는 것은 단지 화학물질이 기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 뿐이라는 주장이다.

새로운 의미심리학의 창시자인 저자가 제안하는 해법은 슬픔과 고통에 대해 있는 그대로 마음속 깊이 받아들이고 인생을 효과적으로 헤쳐나가게 도와줄 자신만의 실존 프로그램을 만들어 실천하는 일이다.

실존프로그램은 한 마디로 나의 의미찾기다.

▷당신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야 할 사람은 다름 아닌 바로 당신 자신이다 ▷당신은 스스로 중요한 존재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선언해야 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유일한 의미는 오로지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의미라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 ‘지금 내 기분이 어떻지?’로 자신을 괴롭히는 대신 ‘다음에는 어디에 의미를 투자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제기하라 등 인생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는 의미야말로 자신이 진정으로 이해해야 할 유일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의미를 탐구하지 않는다면 삶은 계속해서 혼란스러울 것이고 낯설고 멀어진 채로 있을 것이란 얘기다.

의미 있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체험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랑(애정ㆍ친절ㆍ관용ㆍ친밀), 좋은 일, 창의성, 탁월함, 관계, 보살핌, 실험, 즐거움, 자아실현, 봉사, 직업, 태도, 성취, 감사 등의 실천은 의미의 세계로 한 발 들여놓도록 돕는다.

의미가 도중에 흔들린다면? 어떤 상황이나 활동, 경험의 의미에 대한 주관적 감정이 긍정적인 쪽에서 부정적인 쪽으로 옮겨 갔다면 의미 위기가 발생한 것이다. 긍정적인 쪽에서 중립으로 옮겨 간 상태도 역시 의미 위기다. 저자는 삶에서 의미가 새어나가고 주관적인 심리적 체험이 더 이상 긍정적이지 않다면 의미를 복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점점 더 지루하고 불행해질 것이고 더 심각하게는 절망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저자의 의미찾기 프로그램은 본질에 있어서 실존에의 이해, 존재의 의미, 현상과 인식 등 만만치 않은 주제를 바탕에 깔고 있다. 없는 우울증 탈출법을 소개하고 있지만 행복에 이르는 길을 다른 경로로 보여준 셈이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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