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사회’ 싸울 무기 프롬에게서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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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병든 사회’ 싸울 무기 프롬에게서 찾다

등록 : 2014.10.30 20:32
수정 : 2014.10.30 20:32

자본주의는 인위적 동기 추구 강요
‘얼굴 맞댄’ 인본적 사회주의 주창


싸우는 심리학
김태형 지음/서해문집·1만6500원

인간과 동물을 구분짓는 근본적인 차이가 과연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인간과 동물은 다르다”고 선언처럼 외친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슬그머니 “인간도 어차피 동물이다”, “먹고사는 게 목적인 건 인간이나 동물이나 같지 않나?” 수군댄다. 인간 스스로도 자신이 동물과 다른 존재라고 확신하지 못하는 가운데 세상은 점점 더 깊게 병들어간다.

심리학자 김태형씨는 에서 심리학이 제대로 구실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질타한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라는 측면에서 동물과 구분되는데, 이를 확고히 다져야 할 심리학이 그동안 “생물학적 존재”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등의 저작을 통해 심리학을 대중적이고 실질적인 학문으로 쇄신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온 지은이는 이 책에서 병든 사회에 맞서 싸우는 데 필요한 무기로서 심리학의 의미를 따져묻는다.

‘싸우는 심리학’이라면 그에 걸맞은 혁명성을 품고 있어야 할 터, 지은이는 그 혁명성을 프로이트와 마르크스의 후계자인 에리히 프롬(1900~1980)으로부터 찾으려 한다. 등의 저작으로도 유명한 프롬은 애초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에 정통했으나, 마르크스의 영향을 받아 전통적인 정신분석학과 결별한 뒤 ‘인본주의적 정신분석학’이라 불리는 자신만의 길을 닦았다.

지은이가 프롬에게 주목한 결정적 이유는 그가 인간을 본질적으로 ‘사회적 존재’로 바라본 최초의 심리학자였기 때문이다. 인간이 사회적 존재라는 것을 대놓고 부정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동물은 먹기 위해 살지만 사람은 살기 위해 먹는다. 그러나 성욕을 인간 존재의 근간으로 봤던 프로이트로부터 인간의 뇌와 컴퓨터를 거의 동일하게 취급하는 최근의 기계론적 실험심리학까지, 이 단순한 명제에 입각해 인간의 본질을 따져묻는 심리학은 없었다. 지은이는 그동안 대부분의 심리학자들이 인간의 본질을 ‘생물학적 존재’로만 인식해왔다고 비판한다. 또 인간을 사회적 존재로 인식한다면, “노예가 아닌 주인이 되려는 속성, 세계를 목적의식적으로 개조하고 변혁하는 속성, 의식을 이용해 세계와 자기 자신을 인식하고 스스로 지휘·통제하는 속성” 등을 인간 본성의 세가지 근본 속성으로 꼽을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인간은 과연 자신의 본성에 부합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지은이는 프롬의 견해를 빌려,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근본적으로 인간의 본성에 어긋날 뿐 아니라 인간으로 하여금 ‘인위적인 동기’를 추구하도록 강요하는 ‘병든 사회’라고 진단한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사람답게 살아가는 것이 오히려 부자연스럽게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현대인에게 만연한 고립감, 무력감, 권태감 등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가 개인들을 자발적 노예로 만들기 위해 강요해온 ‘인위적 동기’에 휩쓸리며 살아온 결과물이다. 이에 따라 현대인들은 대체로 권위주의적(무력한 자의 심리), 대세추종적(고립자의 심리), 쾌락지향적(권태로운 자의 심리), 시장지향적(인간 상품의 심리) 성격을 보인다.

이처럼 병든 마음은 그 원인을 제공하는 병든 사회를 변혁해야만 해소될 수 있다. 지은이는 사람의 본성을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 ‘건전한 사회’를 상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프롬이 말한 ‘인본주의적 사회주의’로 나아가자고 제안한다. 프롬은 “물질주의적 목표를 추구하고 인간의 정신 개조를 경시했다”며 옛소련 사회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했지만, 사람이 경제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사회주의에 대한 이상은 버리지 않는다. 되레 그는 “중요한 것은 생산수단의 (형식적인) 소유권이 아니라 경영과 결정에 (실질적으로) 참가하는 것”이라며 훨씬 높은 수준의 사회주의를 주창했다.

지은이는 “자본주의냐 공산주의냐가 아니라 로봇화(자본주의와 옛소련 공산주의)냐 인본주의적·공동체주의적 사회주의냐”를 묻는 프롬의 문제의식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말한다. 또 참여 민주주의를 실질화하기 위해 서로 얼굴을 맞댈 수 있는 ‘대면 집단’을 중심으로 권력을 구성하자든가, 인간 존재의 존엄 유지를 위해 기본소득과 유사한 최저생계비 제도를 만들자는 제안 등 프롬에게서 오늘날 새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실천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가져오자고 제안한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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