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방 넘어서면 기억 안나는 이유



화제기사(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내가 이 방에 뭐 하러 들어왔지?” 분명 어떤 목적이 있어 방에 들어왔는데 막상 들어와서는 생각이 잘 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는 단순한 건망증이라기 보다 이른바 ‘문지방 효과’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인디애나 노트르담 대학 심리학교수 가브리엘 라드반스키(Gabriel Radvansky) 박사는 어떤 방엘 가서 무엇을 해야지 생각하고 막상 그 방엘 들어가면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것은 그 방의 문지방을 넘어서면서 지금하고 있는 행동이나 생각이 기억의 철(綴) 속에 이미 정리(file away)된 뒤이기 때문이라는 이론을 제시했다고 메디컬 뉴스 투데이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른 방에서 이루어진 마음의 결정이나 행동이 생각이 잘 나지 않는 것은 그 결정이나 행동이 이미 기억의 한 구획 속에 정리되었고(compartmentalized) 문지방이라는 구획의 경계선을 넘어서면서 지금은 다른 구획에 들어와 있기 때문이라고 라드반스키 박사는 설명했다.

   그는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하면 기억력이 저하되는 이러한 ‘위치갱신효과’(location-updating effect)를 일련의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먼저 일단의 대학생들에게 컴퓨터 시뮬레이션 디스플레이 화면을 통해 자신이 한 방에서 문지방을 넘어 다른 방으로 건너가서 책상 위에 있는 어떤 물건을 다른 책상 위에 있는 물건과 바꾸어 놓도록 했다. 그 다음에는 방문을 통과해 다른 방으로 가지 않고 한 방 안에서 같은 거리를 걸어가서 똑 같은 일을 하도록 했다.

   그 결과 문지방을 넘어 다른 방으로 갔을 때가 같은 방 안에서 같은 거리를 이동했을 때보다 지시받은 일을 잘 잊어버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의 연구팀은 이번에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이 아닌 실제 행동을 통해 똑 같은 일을 하도록 주문했다. 결과는 첫 번째 실험과 똑 같이 나타났다.

   이는 문지방이 어떤 행위의 “경계선”으로 작용해 기억을 방해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3번째 실험에서는 한 방에서 어떤 일을 하리라고 마음을 먹게 한 다음 다른 여러 방의 문을 통과해 다시 원래의 방으로 돌아와 마음먹었던 것을 하게 했다. 기억력은 마찬가지로 좋지 않았다.

   이는 문지방이라는 경계선을 넘나들면 처음 마음을 먹었던 장소의 환경을 복원시켜 주어도 기억력은 잘 회복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다.

   처음 마음먹었던 것을 위치이동 후에도 잊지 않을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마음먹은 것을 쪽지에 써가지고 다니는 것이라고 라드반스키 박사는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과학전문지 ‘실험심리학(Experimental Psychology)' 최신호에 발표되었다.

   skhan@yna.co.kr

             2011/11/21 09:12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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