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깨달음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법

김형경 심리 에세이 '만 가지 행동' 출간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굳이 '심리학'을 제목에 내세우지 않더라도 수많은 책들이 독자들을 심리학적 통찰로 이끌려 한다.

'우리를 괴롭히는 잡념을 버려라' '마음속의 화를 다스려라' '조급해하지 마라'와 같은 지당한 메시지를 깨닫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행동으로 옮겨내는 일이다.

소설가 김형경의 신작 에세이 '만 가지 행동'은 이렇게 '심리 치료 과정을 철저히 이행하여 치료에 성공하는 것'을 가리키는 '훈습(working-through)' 과정에 초점을 맞춘 책이다.

훈습은 불교 용어에서 따온 말로, 쉽게 말해 훈련해 몸에 배게 하는 과정이다.

'사람풍경' '천 개의 공감' '좋은 이별' 등 섬세한 심리 치유 에세이들로 독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던 작가는 이 책에서 심리 치료를 통해 얻은 통찰을 긴 훈습 과정을 통해 내면화했던 경험을 소개한다.

작가는 "경험에 의하면 정신분석적 심리 치료 과정에서 내면의 변화나 성장을 이루는 것은 통찰이 아니라 훈습 과정의 성과였다"며 "시간적 비중으로 따져 보면 통찰을 얻는 시간보다 훈습을 행하는 시간이 일곱 배쯤 많이 소요됐다"고 말한다.

책 속에서 작가는 주로 여행 중의 에피소드에서 이야기를 끌어낸다.

가령 이집트 여행 중에 현지인들이 의도적으로 길을 잘못 알려주는 일이 반복되면서 분노를 느꼈을 때 이러한 감정을 외부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자신의 내면에 투사하는 법을 되새긴다.

그들의 행동이 아니라 이에 반응한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는 것이다. "상대방의 잘못은 그의 몫이고, 나의 해결책은 내 몫"이라는 생각이다.

"천천히 손을 씻으며 그들이 내게 건넨 부정적 행동 방식에 자극을 받아 나의 내면에서 올라온 부정적 감정들을 씻어 냈다. 그들의 방식에 반응하며 헛되이 나의 감정을 소모할 필요는 없었다. 그들의 행동은 그들의 것이고, 나의 감정은 나의 것이었다. 나는 그저 자신을 잘 보고, 감정을 잘 관리 하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자 모든 것이 괜찮아졌다."(31쪽)

작가의 내밀한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한 이 책은 심리학적 통찰을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지침을 전해준다.

사람풍경. 312쪽. 1만3천800원.

mihye@yna.co.kr

2012/03/06 11:14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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