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과학과 심리학으로 분석한 ‘공감’

신간 '공감제로'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자신의 중요성을 과대평가함. 자신은 특별하다고 믿으며 신분이 높은 사람들과 어울려야만 한다고 생각함. 자신에 대한 말들만 늘어놓으며 타인을 이용하고 착취함.(나르시시스트)

혼자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하지만 막상 누가 가까이 오면 밀쳐내거나 필사적으로 매달림. 상대의 감정을 읽어내지 못하고 반복되는 증오와 분노로 주위 사람에게 상처 줌.(경계선 성격 장애자)

자신의 욕구가 만족된다면 무엇이든 함. 자신을 좌절시키는 일에는 조그마한 일에도 폭력적으로 반응함. 타인의 감정에 대해 완전히 무심하며 냉정하게 계산된 잔인함도 드러냄.(사이코패스)

정신 병리학 전문가이자 저명한 심리학자인 사이먼 배런코언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신간 '공감제로'(원제: Zero Degrees of Empathy)에서 예로 든 세 유형을 공감이라는 코드로 아울러 새롭게 해석한다.

기존 정신 의학에서 '성격 장애'라는 범주로 애매하게 묶여 있던 세 유형을 뇌 과학적 기반에서 '공감 회로의 영구적인 작동 정지 또는 공감 능력의 영원한 상실'로 설명한 것이다.

저자는 "이들 모두가 뇌 속의 동일한 공감 회로에 발생한 문제들로 인해 타인과 상호작용하는 법과 타인의 기분 혹은 반응을 예상하는 법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게 되어 스스로에게나 주변 사람들에게 명백히 나쁜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공감은 '타인이 생각하거나 느끼는 것을 파악하고 그들의 사고와 기분에 적절한 감정으로 대응하는 능력'이다. 공감은 인식과 반응이라는 두 단계로 이뤄진다.

또 그는 뇌의 어느 부위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공감이 발생하는지도 분석한다. 사회적 정보 처리를 담당하는 안쪽앞이마겉질(내측전전두피질), 언어 표현에 관여하는 이마덮개(전두판개) 등 뇌 속에서 공감 능력을 만들어내는 부위 12곳을 차근차근 살펴본다.

아울러 그가 직접 개발한 공감지수(EQ, Empathy Quotient)로 개인의 공감 능력과 수준 차도 분석한다. EQ 레벨 0에는 공감 능력이 전혀 없는 사이코패스가 속하며, 가장 높은 레벨은 6이다.

아울러 공감수준은 '0'이지만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긍정적 공감 제로'도 제시한다. 이들은 타인과 시선을 맞추거나 함께 어울리지는 못하지만 특정 분야에서는 비범한 능력을 가진다는 것이다.

홍승효 옮김. 사이언스북스. 288쪽. 1만6천원.

cool@yna.co.kr

2013/09/25 06:30 송고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