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분석심리학의 대가 융과 만나다

이부영 서울대 명예교수 '노자와 융' 펴내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동양의 전통 사상이 인간과 세계에 대한 심오한 통찰을 담고 있음에도 현대인들에게 멀리 느껴지는 것은 그 사상을 현대적 시각에서 재해석하고 현대적 삶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연구가 충분치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부영(80) 서울대 명예교수가 노자의 '도덕경'을 분석심리학적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한 '노자와 융'을 펴냈다.

이 교수는 분석심리학의 개척자 카를 구스타프 융을 국내에 본격 소개한 분석심리학 연구의 권위자.

서울대 의대와 같은 대학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1960년대 스위스 취리히로 유학 가 융학파 분석가 자격을 취득했다.

1997년 서울대 의대 신경정신과 교수를 정년 퇴임하고 분석심리학 전문수련기관인 한국융연구원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이 교수가 '도덕경'과 만난 것은 40대 초반이었다.

도덕경을 읽고 있으면 "그저 마음이 편해져서 좋았다"는 이 교수는 "서양 근대사상을 어설프게 섭렵하고 있던 나를 동양의 고전에 관심을 갖게 만든 계기 또한 전적으로 인간 심혼에 대한 융의 전체적 접근 태도에 있다"고 고백했다.

스승 프로이트와 결별했던 융은 노자의 도덕경 등 동양의 고전을 접하며 서양 중심적인 사고를 극복해간다. 동양 사상을 깊이 이해했던 융은 자신의 학설의 핵심인 정신의 전체성, 즉 '자기'(Selbst)의 상징을 설명할 때면 유사한 사례로 노자의 '도(道)'를 언급하곤 했다. 융은 노자의 핵심 사상인 '도'의 본질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교수는 "융은 동양의 정신세계에서 발견한 것이 서양의 정신적 유산 속에도 있었음을 증명하는 작업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면서 "이렇게 해서 동서고금을 꿰뚫으려는 하나의 진실이 문화와 전통의 차이를 넘어서 우리가 무의식이라 부르는 인간 정신 속에 살아있음을 증명했던 것"이라고 소개했다.

한길사. 356쪽. 1만8천원.

yunzhen@yna.co.kr

2012/09/24 11:37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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