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학자가 본 ‘데인저러스 메소드’ 현재 상영중인 영화 는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분석심리학자 카를 구스타프 융, 그리고 여성 정신분석가 사비나 슈필라인의 이야기를 다룬다. 정신분석학 박사 김서영 광운대 교수가 이 영화를 보고 리뷰를 보내왔다. 융의 환자·정부로 묘사된 영화
프로이트에 영향 준 ‘죽음충동’
아동발달 선구적 업적 가려져
30여편 논문 이제는 기억할 때 프로이트 학파와 융 학파는 서로의 학회에 참석하지 않는다. 정신분석학의 아버지인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분석심리학의 창시자인 카를 구스타프 융이 생의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서도 끝내 서로를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프로이트는 융의 이론을 비과학적 신비주의로 간주했고, 융은 정신분석이 창조성을 결여한 범성욕주의라고 생각했으며, 이러한 그들의 고집은 두 학파에 고스란히 대물림되어오고 있다. 그래서 정신분석 전공자인 내가 비판론으로 무장하지 않고 분석심리학 학회에 참석하거나 융의 논문을 호의적으로 인용할 때면 늘 모종의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한때 프로이트와 융은 정신분석의 역사에서 가장 친밀한 밀월 관계를 즐겼던 한 쌍이었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는 1906년에서 1913년까지 지속된 프로이트와 융의 인연 또는 공모 관계를 사비나 슈필라인이라는 러시아 여성을 매개 삼아 그려내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융은 프로이트의 공식적 후계자로 간주되었으며 1910년에는 정신분석협회의 초대 회장 직을 맡게 된다. 유부남인 융이 슈필라인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을 때에도 프로이트는 따뜻하게 융을 감쌌다. 영화 속에서 프로이트와 융의 관계 속에서 슈필라인은 환자, 정부 또는 학생으로 등장할 뿐이다. 그렇다면 이제 영화를 벗어나 슈필라인이라는 사람을 만나보자. 1911년 프로이트 앞에 러시아어·폴란드어·프랑스어·독일어·영어·이탈리아어·라틴어·그리스어가 가능한 26살의 슈필라인이 나타난다. 슈필라인은 즉시 정신분석 수요 모임에 합류하게 되며 여기서 슈필라인이 소개한 죽음충동(파괴충동)이라는 개념은 프로이트 후기 사상의 중심 이론으로 발전한다. 1912년 슈필라인이 이 주제로 논문을 발표하였을 때 프로이트는 융이 추천한 ‘슈레버 사례’를 분석중이었으며, 아직 자기애(나르시시즘) 이론조차 체계화시키지 못한 상태였다. 프로이트는 1920년이 되어서야 파괴충동을 삶 충동과 대비시켜 에로스와 타나토스라는 이원론을 구성했다. 프로이트는 자신이 에서 ‘이드’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전에, 의사 게오르크 그로데크가 에서 이드 개념을 본격적으로 논의했는데도, 그로데크의 개념을 차용한 뒤 마치 그것이 자신의 개념인 듯 그로데크와 무관하게 발전시켰다. 죽음충동을 언급할 때에도 유사한 작전이 펼쳐지는데, 프로이트는 슈필라인의 죽음충동이 모호한 개념이며 이제는 명확한 개념 정리를 할 때가 되었다는 말로써 슈필라인의 독창성을 가려 덮었다. 슈필라인은 1920년 헤이그에서 개최된 국제정신분석학회에서, 자기 딸의 행동을 관찰함으로써 구축한 아동발달 이론을 발표했고, 1923년 러시아로 돌아간 뒤 정신분석 원칙을 기반으로 삼아 운용되는 유치원을 설립했다. 아동 정신분석에 관련된 아나 프로이트와 멜라니 클라인의 논쟁이 1930~40년에 부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슈필라인의 시도들은 아동 정신분석에 대한 실로 선구적인 업적이라 할 수 있다.
슈필라인은 자신의 논문 의 첫 줄에 “내가 겪은 성적 문제들을 통해 나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제기하게 되었다”고 밝힌 뒤 섹슈얼리티의 파괴적인 측면에 대해 논의한다. 슈필라인은 어떤 남성분석가들보다 용감한 정신분석가였다. 하지만 그가 남긴 30여편의 논문을 인용하는 이는 거의 없으며, 아동정신분석의 역사, 유대인 정신분석가 인명록, 프로이트 전기에서 모조리 그 이름이 제외되어 있다. 융의 전기에서 그는 거짓말에 익숙한 히스테리 환자로 그려진다. 크로넨버그의 에서도 그는 융의 정부로 묘사될 뿐이다. 그는 두 딸과 함께 1941년 또는 1942년에 나치에 총살당했다. 그를 구해낼 수는 없었을까. 왜 우리는 그를 기억하지 않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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