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호, 내일 코스타리카전
데뷔전 승리, 첫 단추 잘 뀄지만
“23명 전원 기용” 주전경쟁 예고
긴장감 속 선수들 마음얻기 노력
이영표 “4~5경기뒤 진짜 능력 나와”
“감독의 심리학, 그게 리더십이죠.” 한 축구해설가의 말처럼 감독의 리더십은 선수들의 마음을 장악하는 능력에서 나온다. 10일 파라과이전 승리(2-0)로 첫 단추를 잘 꿴 울리 슈틸리케(60·사진) 축구대표팀 감독의 고민도 선수단의 마음에 있다.
일단 선수와의 팽팽한 심리싸움에서 주도권을 쥔 쪽은 슈틸리케 감독이다. 새로운 감독이 오면 선수들이 정신적으로 바짝 긴장하는데다, 체력적으로도 평소보다 출력을 높이기 때문이다. 감독 데뷔전이었던 파라과이와의 경기에서 선수들이 활기차게 움직인 것은 초기 부임 효과의 영향이 컸다. 누구도 긴장을 풀 수 없고, 설설 뛸 수는 없다.
14일 저녁 8시 파울로 완초페 감독이 이끄는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은 험난한 싸움이다. 국제축구연맹 랭킹 15위의 코스타리카는 한국(63위)이나 파라과이(60위)보다 순위가 훨씬 높다. 브라질 월드컵 8강 진출 때의 선수들이 많고, 한국 입국 전에 치른 오만과의 평가전에서는 4-3 승리를 거뒀다. 브라이언 루이스(풀럼), 조엘 캠벨(아스널)과 월드컵 당시 신들린 듯한 방어를 했던 골키퍼 케일러 나바스(레알 마드리드) 등이 포진했다.
선수 파악 초기 단계의 슈틸리케 감독은 심리에 주목하고 있다. 평가전을 앞두고 “23명 전원을 실험하겠다”며 치열한 비교 평가를 예고했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 주전한테는 위기감을 심어주고, 비주전한테는 강력한 동기 부여가 된다. 펄떡펄떡 뛰는 듯한 생동감도 팀 분위기에 중요하다. 슈틸리케 감독은 파라과이 평가전 뒤 벤치의 선수들과 일일이 악수를 했고, 특히 주장 기성용한테는 가슴을 툭 치며 신뢰를 드러냈다.
레알 마드리드와 독일 대표팀 등에서 중앙수비수나 수비형 미드필더로 뛴 슈틸리케 감독의 선수 시절 동영상을 보면 매우 적극적이다. 최후 수비수로서 공격을 확실하게 끊어내고, 종종 상대 진영 깊숙이 침투하는 모습에서는 강한 공격 성향이 느껴진다.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맡았다”는 스위스 대표팀(1998~2000)이나 코트디부아르 대표팀(2006~2008) 감독 시절 슈틸리케는 뚜렷한 성적을 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실패 경험은 지도 철학을 더 정교화할 수 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슈틸리케 감독에 대해 “선수 시절 화려했지만 말을 함부로 하지 않는다. 진정성이 있는 방식으로 선수들한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문선 프로축구 성남 사장은 “선수들과 궁합을 맞추면서도 팀을 장악해야 하는데 슈틸리케의 표정 관리나 기자회견 장면을 보면 내공이 있어 보인다”고 했다.
선수들과의 심리 싸움은 지난한 과정이다. 이영표 해설위원은 “3~4경기까지는 잘 모른다. 긴장감이 떨어지는 4~5경기 이후부터 감독의 진짜 능력이 나온다. 유능한 감독은 선수들의 긴장감이 떨어지지 않도록 유지할 것이다. 물론 무섭게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리더십은 어떻게 진화할까?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사진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