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이들 부러워할’ 호주의 선진교육 현장

서열없는 대학…스트레스·학교폭력 ‘훌훌’
42개 대학 중 39개가 국공립…‘명문대’ 없고 ‘선호학과’만
학생 40%는 ‘직업교육’…수월성·영재교육엔 ‘차별’ 규정
한국서 온 ‘왕따’ 학생 “수평적 관계, 군림하는 이 없어요”

“별로 다르지 않은데요?”

에이미 고든(16)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고든이 진학하길 원하는 퀸즈랜드주립대의 서열이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어느 정도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그는 “내가 공부하길 원하는 심리학이나 법학 과목을 잘 가르치고, 가까운 곳에 있으니까 그 대학에 가려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퀸즈랜드주 골드코스트시 마이애미 하이스쿨 11학년(한국 학제로는 고2)인 고든은 오전 8시30분까지 등교한다. 70분 수업을 세 개 듣고, 70분 티타임 겸 점심시간을 두 차례 갖는다. 하교는 오후 3시다. 일주일에 서너 차례 피자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고든은 상·중·하로 나뉜 수학 수업 가운데 중간 수준의 수업을 듣는다. 그는 “수준별수업은 교사의 조언에 따라 스스로 클래스를 정하는데, 수준차가 그리 크지 않고 자신의 시간표에 따라 자유롭게 다른 수업을 들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학에 가기 위해선 내년 9월 한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비슷한 큐시에스티(QCST, Queensland Core Skill Test) 시험을 치러야 한다. 이 시험 성적과 내신성적을 합산해 대학 입학전형에 활용되는 등급(OP, Overall Position)을 매긴다.

“1등급부터 25등급까지 있는데, 퀸즈랜드주립대 법대에 가려면 2~3등급은 받아야 해요. 부담은 되지만, 지식 테스트가 아니기 때문에 따로 공부를 하진 않습니다. 2~3등급을 받지 못하면, 한 번 더 시험을 치르거나 다른 길을 찾으면 되죠.”

■ 42개 대학 중 39개가 국공립 오스트레일리아에는 42개의 대학이 있다. 39개는 국공립이고, 3개는 카톨릭계 사립대다. 대학 서열은 없다. 전공별로 유명한 대학이 있을 뿐이다. 고든과 같은 학교 같은 학년인 캔 페리(16)는 사진가가 꿈이다. 그는 수학 ‘하’반 수업을 듣고, 영어도 대학 진학반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수업만 듣는다. 그는 내년부터 사진가들이 모인 사무실에서 ‘도제식 직업교육’을 받을 예정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돈을 모아서 카메라를 샀어요. 카메라를 잡고 한 컷 찍는 순간, ‘이거다’ 싶었죠. 하지만 일을 하다보면 언젠가 전문지식이 필요할 때가 있을 겁니다. 그러면 대학에 가서 공부를 해야겠죠.”

오스트레일리아 학생들은 60%가량이 대학에 진학한다. 40%는 바로 직업교육을 받거나 취업을 한다. 대학진학률이 한국(2010년 기준 79%)보다 낮은 까닭은, 대학을 나오지 않은 이들이 많은 블루칼라 계층이 화이트칼라 계층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는 노동환경 때문이다.

■ 법정최저임금, 한국 4.7배 오스트레일리아의 올해 시간당 법정최저임금은 17.9오스트레일리아달러(한화 2만1480원)다. 한국(4580원)의 4.7배다. 법정최저임금에 연금과 수당이 더해져 오스트레일리아 노동자들은 보통 시간당 20오스트레일리아달러(한화 2만4000원)를 받는다. 지난해 국제통화기금 발표 자료를 보면, 오스트레일리아의 1인당 국민총생산(GNP)은 6만6984미국달러로 한국(2만3749달러)의 2.8배다. 경제력에 견줘도 한국의 최저임금이 오스트레일리아의 60%가량에 불과한 셈이다.

또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이들에겐 4인 가구 기준으로 월 240만~250만원의 기본소득을 제공한다. 짐 베이커 마이애미 하이스쿨 교장은 “최근 수학과 과학 교사들이 부족한데, 그쪽 전공자들이 교사보다는 기술자가 되길 원하기 때문”이라며 “나도 가능하다면 광부가 되어서 1년에 30만오스트레일리아달러(3억6000만원)를 벌고 싶다”고 말했다.

차별 교육을 꺼리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수월성교육이나 영재교육은 하지 않는다. 퀸즈랜드주 브리즈번시 홀랜드 파크 프라이머리스쿨의 케빈 올리브 교사는 “수월성교육이나 영재교육은 명백한 차별이기 때문에 하지 않는다. 다만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학습부진아는 일주일에 2~3차례 하루 30~40분 정도 따로 보충수업을 해준다”고 말했다.


■ “학교폭력 조장하는 권력관계가 없다” 서열이 없고, 유명 대학에 가려고 아등바등하지 않는 교육환경에서 학교폭력은 드문 일이다. 5년 전 오스트레일리아로 가족과 함께 이민 온 김주환(18)군은 한국에 살 때 ‘집단 따돌림’을 겪으면서 ‘일진’들에게 매를 맞기도 했다고 한다. “그때는 ‘나만 잘 살면 되지, 친구가 뭐 중요하냐’고 생각하다보니 어느덧 따돌림을 당했어요.” 하지만 그는 빅토리아주 멜버른의 맥키넌 세컨더리 칼리지(한국 학제로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 학교폭력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한국에선 학생들 사이의 관계나 학생과 교사 사이의 관계나 모든 게 서열로 구분되죠. 하지만 여기는 모두 수평적으로 삽니다. 남에게 군림하는 걸 배우지 않죠. 게다가 학업 스트레스가 없으니까 남에게 풀 스트레스도 없습니다. 한국의 학업 스트레스가 100이면, 여기는 10~20 정도인 것 같아요.”

골드코스트·브리즈번/글·사진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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