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8일 목동구장에서 2013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 넥센과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두산 김현수가 1회말 상대타자 서건창의 내야땅볼때 송구실책으로 세이프가 되자 아쉬운 표정으로 양의지를 바라보고 있다. 목동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포스트시즌은 분위기 때문에라도 선수들이 붕 뜰 수밖에 없다. 시즌 때보다 흥분된 상태로 경기에 임하기 때문에 다양한 변수가 발생한다. 때문에 큰 경기 일수록 자기 자신에 대한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다. 상대와 싸워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준비가 돼 있느냐가 결국은 결과를 이끌어 내기 때문이다. 넥센과 두산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역시 여러부분에서 선수들이 압박감에 시달리는 모습이 자주 연출됐다.
우선 양팀의 팀 분위기가 대조를 이뤘다. 넥센은 2008년 창단 후 6시즌 만에 감격의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다. 그래서 넥센이 무서운 것이다. 잃을 게 없기 때문이다. 창단 첫 포스트시즌이라 한국시리즈 우승에 대한 압박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팀 내에서 즐기자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는 것이다. 하지만 두산은 정반대다. 최근 몇 년동안 꾸준히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한국시리즈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준플레이오프에서 고배를 마셔 포스트시즌 자체보다 우승에 대한 갈증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성적을 내야 하는 분위기라 즐기는 것이 아니라 죽기 살기로 경기에 임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양팀 분위기를 비교하면, 오히려 두산이 더 큰 부담을 안고 포스트시즌에 돌입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두산의 4번타자 김현수가 대표적인 예다. 김현수는 포스트시즌 4번타자라는 부담감에 생소한 1루수 출장이라는 이중고를 안고 경기에 나섰다. 거기에 상대 4번타자 박병호와 어쩔 수 없이 비교되기 때문에 더 큰 압박감을 느꼈을 것이다. 6회 1사 3루 기회에서 나온 타격이 그 단적인 예다. 넥센 선발 브랜든 나이트가 던진 변화구에 김현수 답지 않은 스윙으로 전진수비하고 있는 유격수 땅볼로 돌아섰다. 두산이 도망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무산시키면서 경기 흐름을 넥센쪽으로 넘겨준 계기가 됐다.
2013한국프로야구 3위 넥센히어로즈와 4위 두산베어스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우천에도 불구하고 목동구장에서 정상적으로 열렸다. 1회초 선두타자 이종욱의 내야안타성 타구를 강정호가 전력질주해 잡아내 1루로 송구 아웃시키고 있다. 목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넥센 강정호도 비슷하다. 상대가 철저히 피해가는 박병호 뒤에 포진 해 있기 때문에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압박을 안고 타석에 서는 모습이 역력했다. 3회 2사 만루에서 유격수 땅볼로 물러선 모습이나 6회 무사 1루에서 힘없이 삼진 당하는 장면 등은 강정호 역시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지 못한 것으로 보기 충분했다.
포스트시즌은 분위기가 업(Up)된 상태에서 타석에 임하기 때문에 자기페이스를 유지하는 게 어렵다. 나 역시 현역시절 포스트시즌을 치를 때 그랬다. 실패를 통해 터득한 것은 큰 경기일수록, 흥분했을 수록 더 많이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참아내면, 그만큼 자기가 원하는 공을 불러들일 확률이 높아진다. 투수가 잘 던지는 공까지 모두 배트에 맞히려면 이도저도 안된다. 삼진을 당하더라도 자신있게 스윙하고, 실투에 강한 스윙을 해야 투수가 위축된다. 그런 침착함을 갖기 위해 자기자신을 더욱 냉철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야구는 멘탈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