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이기심과 이타심이 공존하는 인간의 마음
김수연의 책과 껴울리는 시간
열쇳말-마음
로런 슬레이터 지음, 조증열 옮김, 에코의 서재
EBS 제작팀, 김지승 지음, 지식채널
예를 들어 해리 할로의 침팬지 실험을 소개한 4장에서는 이혼, 재혼한 아내의 죽음, 과음, 전기충격을 동반한 정신치료 등 할로의 어두운 개인사를 잔인한 동물실험과 대비시키며 설명한다. 엘리자베스 로프터스의 조작된 기억 연구를 설명한 8장도 마찬가지다. 로프터스의 아버지는 수학에만 몰두한 냉정한 사람이었으며, 어머니는 좀 더 부드러운 분이기는 했으나 우울증을 앓다 결국 자살로 추정되는 죽음을 맞이했다. 어린 시절 로프터스는 어머니가 일기장을 몰래 읽는다는 것을 알고 나서 이중일기를 썼다. 이런 독특한 성장 과정은 프로이트의 억압 기제에 대한 로프터스의 완강한 저항과, 있지도 않았던 일을 실제인 것처럼 회상하는 거짓 기억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그녀의 주장과 잘 어우러진다.
물론 슬레이터도 밀그램 실험에 참가했던 이들 중 권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거나 더 반항적으로 변한 사례를 들며 실험의 교육적 효과를 언급하기는 한다. 그러나 결과 분석에서 환경의 영향보다는 인간 내면의 요소를 강조한다. 그렇게 되면 결과에 대한 대부분의 책임이 개인에게 돌려지거나 인간의 속성으로 결론지어지게 된다. 복종과 반항이 65 : 35로 나타난 것에 대해서도 ‘좋은 것은 나쁜 것이고 나쁜 것은 좋은 것’이라는 애매모호한 평가를 내린다. 저자의 권위와 노력을 존중하고, 주관적 해석을 인정하더라도 이런 저자의 관점까지 그대로 수용할 것인지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비합리적이고 바람직하지 않은 인간의 선택이 과연 인간의 본질적 특성인지, 상당 부분 변화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 여러 방향에서 접근하기 위해서는 에서 제시하는 다른 사례들과 주장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1964년 뉴욕. 키티 제노비스라는 여성이 괴한의 공격을 받고 도와달라고 소리쳤다. 이 사건을 목격한 이는 모두 38명이었다. 그러나 그들 중 아무도 신고하지 않았고, 결국 피해자는 35분간 도망치며 공격을 당하다 사망했다. 로런 슬레이터는 이 사건을 인간의 어리석음을 드러내는 예로 해석한다. 저 상황이 진짜 위기인지 의심하면서, 아무 조처도 하지 않는 이웃을 따라한 결과 그 많은 사람 중 누구도 신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에서는 어리석은 모방이 아닌,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그리고 대가를 바라지 않고 남을 도울 수 있는 이타적 인간에 주목한다. 인간은 도움이 필요한 상대에게 보상과 관련 없는 즉각적 도움을 주기도 하고, 그런 도움을 받을 것을 기대하고 낯선 이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한다.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이를 구해내는 평범한 이웃, 끊임없이 이어지는 자원봉사의 손길이 이를 예증한다. 에서 상황을 바꿀 수 있는 마지막 카드로 제시한 것은 필립 짐바도의 3의 법칙이다. 3의 법칙은 하나의 움직임을 만들어내기 위한 최소한의 인원을 뜻한다. 세 명의 힘은 일파만파로 퍼지고 커질 불씨가 된다. ※ 껴울리다는 공명(共鳴)하다는 뜻입니다. 김수연 한겨레교육 강사, · 공저자 난이도 수준 중2~고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