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가두는 교실에서 참여의 교실로 바뀌어야”

인터뷰 l
김현수 저자

아이들 힘들다, 선택할 자유를 주어라
교사들 힘들다, 소통과 격려가 필요해

“자유를 사용하도록 도와야 한다.” 지난 11일 이 만난 (에듀니티, 2011) 저자 김현수(46·사진) 관동대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아이들에게 선택할 자유를 줘야 무기력증도 극복하고, 행복한 교실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2002년 상처받은 청소년을 위해 ‘성장학교 별’을 설립한 뒤, 에 별학교의 성장 과정을 담아 출판했다. 최근에는 교실 심리, 교사 치유, 아이들 이해, 부모 이해 등을 주제로 강연하며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있다.

-책의 중심 내용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아이들이 힘들다는 걸 이해하고, 교사는 따뜻해져야 한다. 요즘 아이들은 집과 학교에서 너무 많이 혼난다. 사실 요즘 아이들이나 교실을 이해하는 건 특별한 일이다. 조금 노력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어른들, 아이들 모두 너무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책을 냈다. 실제 이 책을 읽고 위로를 많이 받았다는 교사가 많다.”

-정신과 의사인데 교육 관련 책을 여러 권 냈다. 교육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있나?

“1992년에 소년교도소에서 공중보건의사로 활동했다. 그곳에 들어온 청소년들은 중범죄를 저질렀지만, 적절한 사회적 개입이 있었다면 범죄인이 되지 않았을 아이들이다. 학교·가정·병원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아이들이 교도소에 왔다고 생각해 다른 교육을 할 수 있는 공간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공간이 ‘별학교’인가?

“교도소 아이들은 복역한 뒤 학교로 돌아가기에 너무 나이가 많다. 그들은 학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빈곤을 대물림하는 가장 큰 원인을 학교 중단으로 꼽는다. 아이들이 학교를 그만두지 않게 하기 위해서 ‘별학교’를 설립했다. 그게 2002년의 일이다. 치료만으론 한계가 있다. 한 아이를 돌보기 위해선 여러 기관이 협력해 돌봄의 체계를 세워야 한다는 생각이 토대가 됐다.”

-참여소통교육모임에서 하신 강연을 토대로 책을 냈다고 알고 있다.

“참여소통교육모임은 참여와 소통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공교육 교사들의 모임이다. 2002년에 별학교를 세운 뒤 어떤 대안교육철학을 세울 것인가 고민했다. 프랑스의 프레네 교육을 중심 가치로 놓고 강좌와 워크숍을 진행했다. 그러면서 공교육 교사와 별학교 교사 사이에 교류가 활성화됐다. 그렇게 해서 참여소통교육모임이 만들어졌다.”

-어떤 주제로 강연을 많이 하나?

“요즘 아이들을 이해하자는 얘기를 많이 한다. 가족 규모가 작아지고, 부모는 바쁘다. 그런데 학교는 더욱더 경쟁 체제로 아이들을 몰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외로워하고 화를 낸다. 외로움과 결핍 때문에 분노와 무기력이 생긴다.”

-청소년은 어떻게 분노를 표출하나?

“분노는 자신, 친구, 교사, 학교와 체제, 가족에게 자살, 왕따, 반항과 불복종 등 복합적으로 표출된다. 아이들은 자신의 마음을 신경 쓰지 않고, 이해해주지 않는다는 점에 분노한다. 과거엔 이런 아이들이 소수였다. 그런데 최근엔 학교폭력, 왕따로 분노를 표출하는 아이들의 범위가 넓어졌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화내도 좋다. 화나는 게 마땅하다’고 말해줘야 한다. 아이들은 ‘네가 화낼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어른의 모습에 더 화낸다. 먼저 아이들이 화를 낼 만한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다음엔 분노를 형식, 문법, 철자를 따지지 말고 자유롭게 말이나 글로 표현하도록 지도한다. 그래도 분노하는 아이들은 표현을 하기 때문에 변화시키기 쉽다. 무기력한 아이들이 더 바꾸기 어렵다.”

-왜 무기력한 아이들을 바꾸기 어려운가?

“표현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기력한 아이들은 세상에 대해 무관심하고 세상도 나에 대해 무관심해졌으면 한다. 어릴 때 에너지를 다 써서 더 이상 시도하지 않는다. 이미 너무 많이 좌절했고, 시도에 대한 압박을 받은 결과로 무기력해졌다. 그래서 이런 아이들한테는 자유를 사용하도록 도와야 한다. 압박을 가하거나 강요해선 절대 안 된다. 자유는 선택을 하도록 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선택’ 상황도 두려워하지 않나?

“무기력해진 아이들은 끌려다니거나 못한다는 비난만 받았기 때문에 ‘선택’ 상황을 어색해하고 어려워한다. 본인에게 선택권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자신의 선택이 어떻게 평가받을지에 대한 두려움을 줄여줘야 한다. 어떤 시도도 가능하고,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말해줘야 한다. 이렇게 했을 때 아이는 안전감을 느낀다. 비난받지 않을 수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게 아이들이 뭔가 시도할 수 있는 기본적 장치가 된다.”

-‘교실’에 관한 고민이 많이 보인다.

“교실은 사회의 축소판이다. 교실은 학생과 교사가 함께 살아가며 활발한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공간이다. 그런데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지 않는다. 관행과 국가 제도에 따라 정해진 대로 지낸다. 결국 거기에서 ‘나’(교사 또는 학생)는 빠진다. 교실은 단순히 아이들 가두는 곳이 돼버렸다.”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아이들은 자기가 살아갈 공간에서 누구와 지내고 싶은지 표현하고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합의하고, 규칙을 같이 이야기해야 한다. 자유를 줘야 한다. 그게 삶의 전제다. 아이들이 자신의 삶에서 자유를 체험하고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민주사회로 가는 길이다. 익명성의 교실, 번호만 있고 존재는 없는 교실에서 참여의 교실로 바뀌어야 한다.”

-교사끼리 소통과 격려가 중요하다고 했다.

“교사도 어렵다. 교사들이 과거에 비해서 많이 힘들다. 과거보다 다양해지고 격차가 커진 아이들과 함께 수업하고, 아이들을 지도하기 힘들다. 혼자만의 의지로 뚫고 가겠다고 해선 안 된다. 한 개인은 성공할 수 있지만, 집단이 잘되긴 어렵다. 그래서 이 책에서 교사들끼리 소통과 격려가 중요하다는 논지로 글을 썼다. 환자 한명을 수술하려면 마취의, 수술의, 간호사가 필요하다. 전문가 집단도 팀으로 일한다. 그런데 교사는 협력하지 않는다. 제도적으로도 해결돼야 할 점이 많다. 그러나 제도 탓을 하는 교사로 남지 말아야 한다. 제도도 바꾸고 나도 바뀌어야 한다. 협력, 소통, 격려가 교사들 사이에 깊숙이 자리잡아야 한다.”

정종법 기자 mizzle@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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